▲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알다시피 어린이날·어버이날·부부의 날이 있다. 그리고 참 오묘한 달이다. 휴무의 기쁨과 소비의 걱정이 함께 엉켜있다. 어린이날엔 아이 선물을 사느라 지갑을 연다. 그날은 무조건 장난감 백화점에 가야 한다. 웬만한 백화점 저리 가라다. 없는 게 없다. 아이는 장난감을 집어 들고 싱글벙글이다. 그 옆의 난 장난감의 미래를 그린다. 아마 뭐가 됐든 나중에 창고에 처박히거나 당근(당근 마켓의 산물)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찰나의 웃음을 보고자 돈을 쓴다. ‘어린이날’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행복해야 하는 날이다.

☞이젠 자식이 될 차례다. 어버이날엔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한다. 용돈도 드린다. 지갑이 열려도 슬프지 않다. 다만 자식 된 입장으로서 많이 못 해드린 것 같아 늘 죄송하다. 부모가 돼보니 부모가 어렵다. 부모가 돼보니 부모가 애달프다. 엄마·아빠는 유튜브도 없이 어찌 날 키우셨나 싶다. 키즈카페 없이 어찌 날 버티셨나 싶다.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데 둘까지 어찌 키우셨나 싶다. 그런 부모님이 이젠 손주를 돌보신다. 그러면서 늘 자식 걱정뿐이다. 효도가 통일보다 먼 거 같아 슬프다.

☞그 와중에 철이 없다. 누가 날 챙겨줬으면 좋겠다. 부부의 날은 당연히 기대도 안 한다. 아마 그건 남편도 피차일반일 것이다. 어린이날처럼 ‘어른이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누가 나한테도 육아 없는 휴식과 선물을 줬으면 좋겠다. 재밌는 곳에 데려가 줬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 날 위한 여행은 포기한지 오래다. 이젠 무엇이든 아이 중심이다. 아직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어른이 되진 못한 것 같다. 나이를 먹어 그냥 어른이 됐다. 그야말로 ‘어쩌다 어른’이다.

☞사실 ‘어른이날’은 핑계다. 이래저래 어른으로 살기 힘든 세상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나갈 돈은 참 많다.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잘 살고 있는 건지 스스로 되물을 때가 많다. 긍정적으로 살고 싶지만 맥 빠지는 일 투성이다. 자신도 자식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옆을 둘러봐도 다른 ‘어른’도 똑같다. 다들 무미건조하게 살아간다. 그저 하루를 버텨낸다. 톱니바퀴처럼 그렇게 흘러간다. 다들 재미없는 어른이 됐다. ‘이상한’ 세상이 ‘속상한’ 어른을 만들었다. ‘어른이날’을 바라는 이 마음은 되레 ‘어른’이고 싶지 않은 도피성 염원이다. 하루만이라도 어른을 내려놓고 싶어 ‘어른이날’을 꿈꾼다. 그럼에도 또 살아간다. 이런게 다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이 완벽한 어른은 없기에.

김윤주 뉴스플랫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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