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희 하나은행 아산금융센터지점 VIP PB 팀장

어느덧 5월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에 연휴까지…. 붉게 표시된 달력의 날짜를 보면 누구라도 설레는 맘을 가지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아이에게 멋진 선물을 하고 자주 찾아 뵙지 못한 부모님께 선물이나 용돈도 드리고 황금 연휴에 맞춰 휴가 일정도 계획해 볼 수 있는 5월은 생각만 해도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달이다.

하지만 여느 때 보다 얇아진 지갑에 고민도 함께 늘어나는 요즘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국 정부의 강력한 유동성 공급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원자재 및 식량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최근 전세계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6.3%대로 정점을 찍은 후에도 올해 초까지 5%대 상승률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 인상률은 28.3%로 통계작성 이후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면 초등학생 아이의 장난감도 요즘 웬만해서 10만원을 훌쩍 넘어가고 5월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카네이션 꽃다발도 최소 몇 만원은 기본이다.

휴일을 맞아 가족과 놀이동산이나 공연장을 찾거나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비싼 입장권 가격이나 숙박비 등을 생각하면 선뜻 예약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각종 행사가 많다 보니 평소보다 외식의 기회도 증가하는데 외식 물가 또한 만만치 않다. 4인 가족이 삼겹살로 외식을 한다고 해도 10만원은 훌쩍 넘기게 된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정점(9.0%)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외식 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물가 안정 방안을 모색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지만, 이미 물가는 많이 오른 상태라 뒷북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미뤄뒀던 결혼식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5월은 웨딩 성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의 물가 상승으로 인해 요즘은 축의금 5만원도 미안한 시대가 됐다. 좀 가까운 관계일 경우 10원은 기본이다 보니 부쩍 늘어난 청첩장이나 부고 소식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렇듯 지출이 많은 5월이다 보니 ‘메이포비아’ 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말은 5월에 각종 기념일이 많아 괴로운 사람들이 많은 것을 일컫는 말로 ‘메이(May 5월)’와 ‘포비아(phobia 공포증)’의 합성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은 5월이다. 이런 저런 지출의 부담감 때문에 가정의 달의 의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무리한 지출 보다 따뜻한 마음과 추억을 나누면서 가족의 정을 느껴 보는 건 어떨까? 눈부신 5월의 햇살 아래 풍성해지고 짙어지는 녹음처럼 우리의 마음도 여유로운 5월이 됐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