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충북본사 부국장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정당에서 공직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공천(公薦)이라고 한다. 추천 과정에서 정당하고 공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인연과 이해관계가 관여된 사천(私薦)이다. 사천은 대부분 권력자의 의지를 반영하는데 그 권력자는 대통령일수도 있고 당대표, 당사무총장, 국회의원 등 다양하다. 그 은밀성 때문에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에게 내년 총선 공천을 거론하며 정부의 일제징용 피해 배상안을 옹호하는 발언을 요청했다는 문화방송(MBC) 단독보도의 파장이 크다. 태 최고위원과 이 수석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방송에 나온 음성 녹취를 보면 의혹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현실성이 배어있다. 태 최고위원이 한 말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최고 권부인 대통령실이 관련됐기 때문이다.

녹취에 따르면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라고 이 수석이 말했다고 한다. 이후 태 최고위원은 일본이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한 외교청서를 내놓은 것에 대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화답 징표"라고 했다. 당시는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외교실패라는 국민정서가 확 퍼져있던 때였다.

태 최고위원은 "본 의원실의 내부 보좌진 회의 녹취록이 유출돼 보도된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회의 녹취록이 의원실 실수로 거리에 나뒹굴지 않은 이상 유출자는 분명 태 최고위원의 의원실 관계자일 것으로 추측된다. 태 최고위원과 철천지원수지간이 아니고서야 누가 이런 심각한 내부자료를 유출했겠는가. 그만큼 그 내부자마저 이 발언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검찰 출신을 대거 출마시킬 것이라고 전망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은 대통령실이 공천에 관여하겠다고 일찌감치 작심한 정황으로 보여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 녹취록으로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공천 결과는 일찌감치 정당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가뜩이나 여야를 떠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은 만큼 이 녹취 내용의 진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정쟁으로 몰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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