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민 충북소방본부장

사계(四季) 중 봄은 꽃들의 향연과 함께 따스한 햇살을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어느덧 주변의 꽃들은 융단처럼 펼쳐져 있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진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4절기 중 여섯 번째인 곡우(穀雨)를 지나 완연한 봄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소방관의 옷차림은 가벼운 활동복 보다는 두꺼운 방화복을 입는 일이 잦다. 그 이유는 산불과 더불어 화재발생 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충북도내에서 발생한 산림화재를 분석해보면, 2020년 22건, 2021년 11건, 2022년엔 23건이 발생해 평균적으로 18건의 화재가 발생하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현재까지 총 25건의 산불이 발생해 평년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 마디로 평균적으로 1년간 발생했던 산불이 올해는 4개월도 채 안 돼 이미 넘어섰다는 얘기다.

산림화재 외에도 공동·단독주택 화재 113건, 자동차 화재 54건, 공장화재 34건 등이 발생해 80억 원의 재산피해와 40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에 충북소방은 지난 3월 1일부터 대대적인 ‘봄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며 화재예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언론보도, SNS 등을 통한 홍보활동과 화재취약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소방점검을 통해 화재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현장에서는 24시간 완벽한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의 노력만으로는 화재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국민들의 관심과 실천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필자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화재예방에 대한 몇 가지 당부를 전하려 한다.

첫째, 소중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 시 라이터·성냥 등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불씨가 될만한 모든 물건을 절 때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화기를 이용한 취사 등은 지정된 야영장과 대피소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둘째,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도 크게 번질 수 있으므로 담배꽁초를 함부로 투기하지 않아야 하며, 소각 시에는 남은 불씨가 돼 살아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여행 등 장시간 외출 시에는 가스 밸브를 잘 잠그고, 전기기구의 플러그를 모두 뽑거나 스위치를 꺼야 하며, 불이 나기 쉬운 주방화재를 대비해 식용유 화재에 최적화된 K급 소화기를 비치해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사장, 사업장, 가정에서는 소화기를 구비·비치해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에 활용해야 하며, 비상구 등 피난시설은 유사시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도록 항시 유지·관리해야 한다.

이 같은 당부사항은 평소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백번 보고 듣는 것보다 중요한 건, 경각심을 갖고 실제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

화마는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환절기에 독감을 대비해 예방접종을 받는 것처럼 "우리 집은, 내 주변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미리미리 작은 관심과 실천을 통해 주위의 화재 위험 요소들을 제거하는 ‘봄철 화재예방접종’을 실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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