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어릴 적 노인 분들이 새벽잠이 없어 일찍 일어나신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했다. 당시에는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주변 지인들이 잠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이구동성으로 한다.

새삼 세월을 피해갈 수 없음을 느끼며 수면부족을 단순히 잠을 충분히 못 자 피곤하고 집중력이 저하되는 현상으로만 생각해서는 않되는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미국수면재단(National Sleep Foundation)에서는 연령대별 적정수면시간을 권장하고 일반적으로 고연령일수록 수면시간은 줄지만 모든 연령대에서 7시간 이상의 수면을 제시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성인의 경우 평균 7.5시간을 권장하고 있다.

게다가 건강이 나빠지거나 통증과 스트레스가 생기면 수면시간과 질은 악화된다고 한다. 수면에 대해서는 다수의 전문연구가 있고 개인차도 크지만 일반적으로 스스로 잠이 부족해 불편하다면 건강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해결방안 찾아야만 한다.

호주 센트럴 퀸즈랜드대의 연구를 보면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운전을 할 경우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주관적 자신감과 이를 실행하는 객관적 능력 사이에 차이로 인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는 결론이고 다른 연구에서도 수면부족은 뇌 손상을 입은 것과 같아 위험에 대한 반응, 행동, 판단이 음주상태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의 일상은 이런 연구 결과를 무시하듯 일과 학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잠을 줄이는 것을 당연시하고 오히려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로 생각해 수면부족을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인식하며 살고 있다.

결국 수면 부족이 음주운전에 견줄만큼 위험한데도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객관적 수치로 기준을 제시하고 법적 제재를 하지만 수면부족은 위험을 홍보할 뿐이다. 사실 수면부족 문제를 법제화하기 쉽지 않고 심각성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안전사고의 지속적인 원인임에도 사회적인 대책 수립이 어렵다.

각 자 위험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만 한다. 어쩌면 우리는 안전하고자 하면서 안전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은지 어이없는 의문이 생긴다.

얼마 전 정부에서 주관하는 안전사고 조사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기업의 안전관리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법과 제도에서 정한 형식적인 안전관리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고 오히려 드러내야 할 안전 문제를 감추거나 숨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안전은 기업과 개인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이기에 사회의식과 문화로 정착되어야 하고 지속적인 노력과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을 안전에 인용해보면 우리는 함께 보지 못하는 영역(Unknown area)과 스스로 보지 못하는 영역(Blind area)이 존재하는 한계가 있기에 상호 소통과 합의를 통해 안전에 대한 공유영역(Open area)을 확대해야만 사회적 안전이 견고히 구축될 수 있다.

음주운전을 처벌로만 근절할 수 없듯이 안전은 법과 제도로만 확보할 수 없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앞서가도 안전하지 않은 국가는 진정한 선진국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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