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당신과 만난다면"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들이 마음을 함께하는 시민들과 함께 결성한 416 합창단이 부르는 ‘좋은 나라’의 노랫말이 세종시교육청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노래를 들으며 유족들의 마음을 다시 헤아려 보려 했지만, 그 슬픔을 감히 짐작만 할 뿐 나는 알 수 없었다. 유족들은 여전히 깊은 슬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충격은 아직도 여전히 생생하다. 어느새 9년이 지났지만, 유가족의 시간은 그날에 멈춰 있다. 그리고 모두의 가슴에 흐려지긴 했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참사 이후 추모의 손길과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바느질 솜씨가 있는 이는 희생된 학생들의 꿈을 한땀 한땀 실로 엮어 인형으로 형상화했고, 공방을 운영하는 어느 목수는 잊지 말자는 문구를 새긴 목공예 소품을 만들어 나누었다.

진도 앞바다 참상을 화면으로 보던 한 엄마는 그날 아이를 낳았다. 몸조리 후 아이의 엄마는 홀로 피켓을 들고나와 그들을 추모했다. 삶과 죽음을 한날에 경험한 당사자로서 견디기 힘들어 거리에 나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고 애쓴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익명의 시민들이었다.

세월호가 침몰하기 이전에 언론은 이미 침몰해 있었다며 진실을 외면한 저널리즘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구조와 대응의 부실을 질타하는 이들도 많았다.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대한 분노의 외침도 크게 퍼졌다.

세종시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추모주간을 운영했다. 청사에 희생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학교별로 기억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우리가 사회적 참사를 돌아보는 이유는 추모를 넘어서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다짐이자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1989년 축구 경기장에서 97명이 압사한 ‘힐즈버러 참사’에 대해 얼마 전 영국 경찰이 자신들의 잘못을 공식으로 사과했다. 무려 34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유족들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대형 참사의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참사를 통해 관련 법안을 보완해 체계적인 재난 대응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이야말로 참사 이후 사회가 고통을 치유하고 덜어내는 방법의 하나이다. 재난안전법 총칙에는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과 행동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잊는 순간 슬픔과 고통은 오롯이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고 사회적 책임은 희석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가 함께 덜어낼 슬픔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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