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찬모 ETRI 실감디스플레이연구실 책임연구원

누구나 한 번쯤은 자전거를 배워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자전거에 올라서기도 힘들고 자꾸 넘어지지만, 차근차근 배우다 보면 조금씩 균형을 잡고 마침내 능숙하게 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처럼 여러 번의 실패와 오류를 맞이하지만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그것들을 하나하나 극복하고 비로소 지식과 기술을 완전히 습득할 수 있다. 이는 과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기술이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실패와 오류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노하우, 기술 등을 쌓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약 30년간 축적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분야인 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를 2016년도부터 시작했다. 마이크로디스플레이는 동전 크기에 TV와 같은 화면을 구현하는 기술로 작은 화면에 높은 해상도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수십 분의 일 수준의 미세 화소를 형성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축적된 OLED 기술을 바탕으로 발광소자는 제작이 잘 됐지만 이를 마이크로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OLED 이외에도 다양한 공정 기술들이 필요했다. 특히 열과 수분에 취약한 OLED의 상부에 색을 표현하기 위해 초미세 컬러 형성 공정 기술이 필요했는데 OLED 상부에 고해상도 공정을 하는 것은 당시에는 매우 고난이도 기술이었다. 처음에는 이러한 기술이 없어 2018년에는 흑백 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를 제작했고, 2019년에 처음 시도된 컬러 OLED는 색 재현력이 기존대비 30% 수준으로 매우 나빴다. 이후 다양한 공정 기술과 소재 기술을 개발해 2022년 마침내 기존대비 색 재현력이 120% 이상의 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를 성공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약 6년간의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끝에 비로소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축적의 시간은 인간이 어떤 분야에서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거쳐가야 하는 단계이다. 하지만 개인이 모든 지식과 기술을 갖출 수는 없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혼자서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의 경험과 전문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협업은 더욱 중요해진다. 협업을 통해 더욱 다양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보완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있어서도 백플레인 제작 기술, 화소 및 회로 설계 기술, 컬러 표현을 위한 소재 기술, 디스플레이 구동 기술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와 협업해 성공적으로 제품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를 모두 내부에서 해결하려고 했다면 시간도 길어질 뿐만 아니라 결국 제대로 된 제품을 구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방대한 지식과 기술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으며, 이를 개인이 모두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으로 비추어볼 때 미래 사회에서 협업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협력한다면,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 보다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고 서로의 아이디어와 지식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발전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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