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경축 국비 OOO원 확보’ 라는 현수막을 종종 보게 된다. 여기서 국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로부터 받는 보조금 즉, 국고보조금을 말한다.

학술적으로 국고보조금은 국가적 이해 관계 또는 국가와 지방이 상호 이해 관계를 갖는 사업들을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그리고 정부간에 존재하는 재정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운영되는 재원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비를 많이 확보했다는 것은 국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을 위해 사용할 예산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국비를 많이 확보했다는 것은 당연히 기뻐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그런데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국고보조사업(국고보조금으로 수행하는 사업을 국고보조사업이라 한다)에 재원을 지원하면서 100%를 지원하지 않는다. 국가는 해당 사업의 파급효과, 국가와 지방간 사무배분 및 국가·지방간의 이해관계 등에 기초해 국고보조율을 설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만큼만 국고보조금을 지급하며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비 부담액이라 한다.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비 부담액을 다른 사업에 우선해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받아 국고보조사업을 수행할 경우 자체사업 등 다른 사업 추진에 앞서 먼저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이 다른 사업보다 먼저 예산에 반영돼야 하는 강제성으로 인해 국고보조사업에 대해 기준보조율이 법령화되어 운영되고는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행하는 국고보조사업이 많다는 것은 이에 대응한 지방비 부담액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를 국가사업의 집행기관으로 설정하는 사업들에 국고보조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사업을 수행하는 중앙행정기관에서는 소관 재정사업을 집행하면서 현장업무를 직접 수행하기 보다 지방자치단체를 일선 집행기관으로 활용하는 보조방식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복지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사업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공모형 사업의 형식을 띄고 있으나 실제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적 참여를 전제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국가 주도의 사회복지 분야 국고보조사업의 경우 현금성 의무지출 사업이 대부분이기에 지방자치단체는 이와 관련한 재정부담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결국 사회복지 분야 지방비 부담의 증가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는 주민 복리 및 지역발전을 위한 자체사업에 대한 예산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재량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재원으로서 가용재원 규모가 줄어들게 되어 재정경직성이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학계에서는 의무적인 국고보조금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람직한 국가와 지방 간 재정관계 정립을 위해 의무지출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준칙 등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재정분권 추진의 목적이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영의 자율과 책임을 공고히 하는데 있었음을 감안한 국고보조금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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