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희 하나은행 아산금융센터지점 VIP PB 팀장

얼마 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을 시작으로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의 합병, 도이치뱅크의 위기설까지 은행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다행히 각국 정부의 발 빠른 대처에 당장의 위기는 잠잠해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예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예금자보호제도 개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기관 파산 시 고객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합쳐서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난 뒤 22년간 유지돼 오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규모 등을 고려해볼 때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를 해봐도 미국 25만달러(약 3억 2500만원), 유럽연합이 10만유로(약 1억 40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1억원) 등으로 우리나라가 현저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고 어느 때보다 활발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보호 한도를 상향할 경우 금융 위기에서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의 가능성을 낮추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지만 여러가지 우려가 존재하기도 한다. 먼저 5000만원 이하의 예금자 수는 전체의 98%에 이른다. 지금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대부분의 예금자들은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이 부담하는 보험료가 올라가게 되면 다수의 예금자들이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우려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런 부동산 관련 대출을 많이 취급한 일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런 금융기관 예금자들은 이번 해외은행 파산 사태를 지켜보며 국내에서도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어느 때보다 예금자보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태다.

최근 정부는 민관 합동 TF를 구성해 오는 8월까지 예금자보호 한도와 관련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도 상향에 대한 목소리가 크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정부의 결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 은행발 금융위기설까지 우리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환경에 놓여 있다. 국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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