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렬 (사)한국음식인문학연구원장

음식 및 음식문화의 문화적, 경제적 가치가 재인식되면서 국가 차원은 물론 지역 단위에서도 음식문화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전통 음식문화는 국가와 지역의 정체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것을 발굴하여 보전 및 유용화 하려는 시도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전통 음식은 조선시대 신분제를 바탕으로 그 음식문화를 누렸던 사람들의 신분적, 경제적 배경에 따라 궁중음식, 반가·종가음식, 중인음식, 민중음식으로 구분되며 거기에 사찰음식이나 무속음식과 같은 종교음식을 포함하여 다섯 개 군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중에서 종가를 포함하는 반가의 음식은 시대 상징성은 물론 음식 자체의 다양성과 품위 그리고 가문이 속한 지역 특성을 보여 주는 등 문화적 가치가 높고, 관련 기록과 전승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접근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전통음식 연구와 활용의 중심이 되고 있다.

충청지역은 사계, 우암, 명재, 추사 등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들의 본향으로 수많은 반가·종가가 소재하며 자연스럽게 우수한 반가의 음식문화가 전승되고 있으므로 다른 지역에 비해 종가 음식문화 유용화의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음식디미방’을 앞서는 최초의 한글 조리서로 밝혀진 아산 신창맹씨 가문의 ‘최씨음식법’, 회덕 은진 송씨 가문의 ‘동춘당음식법’, 청주 진주강씨 가문의 ‘반찬등속’ 등 전해져 오는 음식서들이 충청도 사대부가 음식의 깊이를 잘 보여 준다.

아쉬운 점은 훌륭한 지역 종가 음식문화의 활용이 장류나 술을 만들어 팔거나 종가 음식 먹기 또는 만들기 체험 등 단순한 음식 및 관광 상품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성과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음식문화와 그 유용화에 관한 이론 및 방법론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련 역량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가 음식문화 유용화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발굴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데 조리법 찾기에 집중하는 통상적 접근이 아닌 다면적, 심층적 조사가 필요하다.

조사는 ①재료와 조리법 등 음식 자체 ②음식을 만들고, 저장하고, 향유하는 데 필요한 식기구 ③부엌, 식재 창고, 차실, 식당 등 식문화 공간 ④음식에 연관된 가문의 음식문화 이야기 등 네 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실시해야 한다. 거기에 가문이 속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당대 국가적, 세계사적 영향 요인까지를 망라하여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조사·연구의 결과는 아카이빙하여 문화유산으로서 보전과 확산을 가능하게 하고, 동시에 그 결과물을 활용한 유용화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먼저 방향이나 영역 등 기본 전략을 수립하고 거기에 연결하여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순서로 추진하는 것이다.

음식 외에 식기구, 공간, 이야기를 조사하는 이유는 종가 음식문화 유용화를 단순히 먹고, 보는 차원을 넘어 소중한 전통문화로서 이해되고 활용되게 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기 때문이며, 가공식품, 외식, 관광 분야에서의 상품화에 적용하는 경우라도 음식 자체만이 아니라 해당 음식의 유래 등 음식에 얽힌 이야기나 그 음식을 향유 하는 도구와 공간, 향유 방법 등의 문화적 요소가 더해질 때 가치와 경쟁력이 높아지고 그만큼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소중한 전통 문화유산이자 유용화의 자원인 반가·종가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 제고는 물론 정교한 조사발굴과 실질적인 계획 수립 및 실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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