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석 대전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기념일에 인기 오마카세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SNS에 사진 올리는 것을 두고 일본의 한 매체가 "한국 MZ세대 사치와 허세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허세는 언제나 있었고 그 끝은 신분 상승이었다. 당연히 조선시대가 더 극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은 한문 소설인 ‘호질’ 속에서 도덕군자로 평가받던 북곽 선생을 통해 타락하고 허세가 가득 찬 조선 사회와 유교의 위선을 풍자했다. 인간을 군자와 소인으로 나누고 도덕과 윤리를 삶의 터전에서 내세운 양반 허세에 대한 질타였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는 재화가 전통적인 신분을 해체하게 되면서 럭셔리 상품이 신분을 만들어 준다는 환상을 주고 있다. 이를 사회학자인 장 보르리아르는 ‘파노플리 효과’로 부른다. 비슷한 상품을 소비한 계층과 같은 집단에 속하게 된다는 환상, 명품 소유를 통해 다른 사람과 구별되고 특정 계층에 속하게 되는 현상이다. 허세, 욕망도 시대가 달라지면 변한다. 거품경제의 붕괴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일본의 사토리 세대 입장에서는 한국 MZ세대의 SNS를 허세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조선 건국 7%에 불과했던 양반 계층이 조선 후기 70%까지 늘어나면서 변화를 두려워했던 유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모두가 양반이 돼가고 있는 조선 사회, 그 자체가 허세로 보였을 것이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자크 라캉은 말했다. 집단 이념이나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면서 산다면 그것은 허세다. 하지만 자신 내면의 고유한 욕망을 욕망하게 되면 꿈이고 도전이며 발전이다. 나의 간절한 욕망은 타자의 입장에서 허세라고 칭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여기에 답할 수 있는가? 득도를 뜻하는 사토리(さとり)를 외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부르짖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이런 질문 자체가 허세다. 그들은 이미 도전 정신을 잃었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한 말이다. 청결한 하얀 셔츠를 입을 때 정말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질문 속에서 잠깐의 휴식,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욕망을 위해 아낌없이 노력하는 여정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다. 내일을 기약하는 충전의 시간이 소확행인 것이다. 욕망이 거세된 시대에 허세라는 말은 타자가 나를 평가하는 말이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여행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질문할 수 있다면 그 허세는 끊임없이 허세해야 한다. 마음속 진정한 욕망을 본능적으로 따라가면 그 끝에 진정한 내가 있고, 파노플리를 넘어 그 중간중간에 소확행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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