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만 ETRI 언어지능연구실 선임연구원

인공지능(AI) 분야는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ChatGPT이다. 이렇게 빨리 사용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인공지능 기술은 없을 것이다. 이 기술은 사람들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보완할 수 있어 코드 생성, 보고서/PPT 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연구원에서는 엑소브레인 과제(2013.05~2023.02)를 통해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학습된 지식 기반으로 정답과 정답의 근거를 제시하는 심층질의응답 기술을 개발하고 산업화를 진행했다. 눈치가 빠른 독자들은 엑소브레인에서 개발한 심층질의응답 기술과 ChatGPT가 추구하는 목표는 사용자가 입력한 질문에 대해서 적절한 정답을 알려주는 것으로 유사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심층질의응답 기술은 도메인에 특화된 지식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정답과 그 근거를 같이 찾아주고, ChatGPT는 특정 도메인에 국한되지 않고 범용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사용자의 질문 또는 요청에 대해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두 기술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본 고에서는 따로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2016년 11월 입사해 엑소브레인 과제에 참여했고, 엑소브레인의 후속 사업인 전문가 의사결정지원 과제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엑소브레인 과제 연구원으로서 AI 분야, 특히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연구 패러다임을 몸소 경험했다.

엑소브레인 1단계(2013.05~2016.12)에서는 연구자들이 심볼릭한 방식으로 한땀 한땀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워드 임베딩과 딥러닝 기술이 등장하면서 연구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 시기는 2020년 나온 A100대비 11분의 1 수준의 성능을 보는 GPU P100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2단계(2017.01~2019.12)에 진입하면서 딥러닝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전 최고 성능을 넘어섰고, 구글이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반의 사전학습 언어모델인 버트(BERT)를 출시한 이후 여러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능 발전이 있었다. 엑소브레인 과제도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국내 최초로 한국어에 특화된 코버트(KorBERT)를 개발해 엑소브레인 기술과 데이터를 공공에 오픈해 사용할 수 있게 한 OpenAPI를 통해 공개했다.

3단계(2020.01~2023.02)에는 심층질의응답 기술을 고도화해 산업화를 진행했고, 엑소브레인 후속 사업으로 정답이 나온 이유를 자연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한 기술 개발 과제를 진행하는 시점에서 ChatGPT가 등장했다. ChatGPT가 등장하면서 받은 충격은 언어모델이 나왔을 때보다 몇 배는 컸던 것 같다. 몇 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술이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되는 것을 보고 놀라움과 허탈함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했다. "우리가 이 기술을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걱정이 있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처럼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방법은 분명히 있고, 그것을 극복한다면 더 좋은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LOL 게임에서 유명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순간에도 묵묵히 차별화된 전략을 찾고 국내 AI 기술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많은 동료 연구원들과 같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전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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