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옥 수필가

청주시에서 시행하는 1인 1책 펴내기 운동이 올해로 17회를 맞는다.

청주시 1인 1책 펴내기 운동은 전국 유일무이한 사업이라 한다. 또한 우리 청주시민만이 참여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이기에 감사하고 소중하다. 2007년도 출범 당시 지도 강사로 창단 구성원이 되어 활동한 지 어언 십수 년이 흘렀다. 1인 1책 펴내기 운동은 남상우 시장님 재직 시 직지의 고장이며 예향과 교육 도시답게 출판비 일부를 청주시에서 지원해주며 자신이 알고있는 역사나 향토자료 혹은 살아온 날들중에 남기고싶은 소재로 나만의 책 한 권씩을 만들자는 취지의 사업이다. 청원군과 통폐합되기 전 약 65만 명 정도 되던 청주시 인구가 현재 약 85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하니 참여 범위는 훨씬 광활해졌다. 단행본과 북아트 네댓 개 반에서 시작하던 일 책 반도 지난해까지 20여 개 남짓하게 늘었었다.

올해는 1인 1책 펴내기 운동이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수강할 수 있는 교실도 10여 개 반으로 대폭 축소됐고 그보다 참여 장르에서 시와 수필이 제외됐다는 것이다. 처음 실행 때의 취지는 청주시민 누구나 다양한 장르로 나만의 책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책을 만들고자 일 책 반에서 공부한 수강자 중 시집과 수필집을 엮는 참여자가 가장 많았다. 기록이라는 건 만년의 세월이 흘러도 값진 유산이며 의미 있는 정신적 산물이라 했다. 올해의 변화가 청주시민의 삶이나 향토 자료 등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는 건 대단한 역사라던 처음 취지와는 사뭇 동떨어진 것 같아 지도 강사의 처지에서 씁쓸하기만 하다. 초창기에 일 책 반을 모 노인복지관에서부터 시작했던 나는 지금도 노인복지관에서 지도하고 있다. 처음 일 책 반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책을 보면서 감동하던 어르신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지나온 삶을 유추하며 지어낸 자전적 수필집 한 권으로 모진 세월 속의 아픔을 보상받았다고 울먹이던 어르신들의 눈물을 어찌 잊을까. 그분들이 엮은 수필집과 시집을 보며 어느 문필가가 그의 삶에 감히 등급을 매기고 장르를 구별하며 덧칠할 수 있단 말인가.

나만의 책을 만들기 위한 의지와 노력 앞에서 굳이 장르의 선별이 필요한가 묻고 싶다. 1인 1책 펴내기 교실은 사실 문예 창작반도 아니고 등단작가 등용문은 더더욱 아니다. 누가 어떤 소재를 갖고 어떤 형태로 엮든지 간에 감성을 사리고 진솔한 소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것이 아닌가.

흘러가는 인생 여정을 진솔하게 기록하여 나만의 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필자 자신밖에 없다. 그래서 나만의 것이기에 더 소중하고 소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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