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묵 세종본부 부장

강대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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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정치는 ‘싸움’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샷슈나이더는 정치를 ‘길거리 싸움’에 비유했다.

중요한건 싸움의 ‘이유’와 ‘목적’이다. ‘민생’을 위한 싸움만이 ‘민심’을 얻을 수 있다. ‘밥그릇 다툼’이거나 ‘개인 영달’을 위한 싸움은 반감을 산다.

최근 세종시의회를 둘러싼 ‘싸움’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제4대 세종시의회는 성희롱 폭로전부터 조례안 실수 기표, 욕설 파문 등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일련의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해당 사건들을 둘러싸고 세종시청과 정치권은 연일 브리핑과 성명서 발표를 이어가는 중이다.

단편적 예는 ‘세종시 출연·출자 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다. 해당 조례안은 공공기관장 임명 권한을 결정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에서 이번 싸움을 조명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관심 밖’이다. 솔직히 세종시민들은 세종시 산하기관의 명칭 조차 모른다. 무지해서가 아니다. 먹고 살기가 벅차니 ‘알아야 필요조차 없는 대상’이다.

그 와중에도 싸움은 지속되고 있다. 서민의 밥그릇을 외면한 채 정치판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유는 둘째치고 시민들의 염증은 쌓여가고 있다.

필자는 분명히 보았다. 회기(會期) 준비에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세종시의회 의원실의 불빛을, 의원실에서 허기를 달랜 도시락 더미를, 수험생 책상을 방불케하는 서류뭉치를 말이다.

제4대 세종시의회는 20명의 의원 중 17명이 초선이다. 젊은 의원도 다수다. 이들은 시의회 입성 이후 불철주야 의원 활동을 펼쳐오는 게 사실이다.

몇 번의 예산 결산 회의에서는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혈세의 효율적 쓰임을 위해서다. 회기 때마다 펼쳐진 초선 의원들의 송곳 질의도 돋보였다.

예전 시의회 모습과 달리 5분 자유발언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살기 좋은 세종시를 만들기 위한 시의원들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이번엔 정말 ‘에헴’하는 시의원이 아닌 듯 했다.

하지만 최근 빚어진 싸움 탓에 시의원들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분위기다. 세종시의회의 한 초선 의원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필자는 그 억울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모른다.

최근 세종시의회에서 빚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특정 시의원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혼란을 부추긴 세종시 정무라인과 지역 정치권도 자유로울 순 없다. 이들 역시 민생을 찾기보단 밥그릇부터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민들은 싸움의 근원지로 ‘세종시의회’를 지목하고 있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이제 그 짐을 짊어져야 할 시간이다.

지방정치를 흔히 풀뿌리에 비유한다. 밤새 꺼지지 않았던 의원실 불빛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니, 세종시의회의 뿌리는 튼실하게 자라나고 있는 듯 하다. 검지의 손가락질이 엄지의 넘버원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민생을 위한 싸움 구경을 하고 싶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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