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전공 교수

우여곡절 끝에 개최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끝이 났다. 미국을 상대로 일본이 우승했고, 대한민국은 3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도 실망 그 자체였다. 특히 언론에서도 감독과 선수들에게 비난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요약하면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어떻게 하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금메달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번 대회에서 야구 세계화의 실체를 볼 수 있었고, 상향 평준화된 경기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승부에 재미도 느꼈다.

필자가 주목한 것은 개최국의 경기장과 관중이다. 특히 경기장을 가득 메운 많은 관중은 응원에 진심이었고, 단순히 경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예선전이 개최된 일본에서부터 우리 선수들은 불리한 것이 많았다. 익숙하지 않은 돔 경기장, 5만여 석을 가득 채운 홈 관중의 응원은 시설과 규모 면에서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니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좋은 경기가 나올리 만무할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어색한 환경과 불안감이 몸을 지배하면서 결국 일본에 대패하고 말았다.

야구는 관중의 역할이 여타 종목보다 매우 큰 종목이다. 상대 선수를 겁박도 하고, 야유도 보내기도 한다. 반면 내가 좋아하는 팀과 선수에게는 긍정적 에너지와 분위기를 몰아준다. 그래서 홈경기가 유리한 것이다.

관중은 야구라는 종목에서 관람의 의미를 넘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관중을 열 번째 선수로 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갤럽조사에 따르면 2015년을 정점으로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 성인 평균 기준으로 관심 정도는 45%에서 31%로 떨어졌고, 20대와 30대에서는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프로야구의 관중 감소는 경기력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다. 번듯한 돔 경기장도 없고, 5만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해본적 없는 선수들이 느껴야만 했던 좌절감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야구를 신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단지 결과가 부정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경기장 밖의 힘’으로 표현되는 관중의 칭찬은 분명 선수를 춤추게 할 것이다. 지금은 비난보다 긍정적인 피드백과 격려가 필요한 시기이다. 필자는 따뜻한 4월이 오면 경기장을 찾아 열광할 것이다. 다시 일본의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을, 그날이 올 때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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