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란 수필가

가끔 어른을 위한 동화 어린왕자를 펼친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 오기까지 여섯 개의 작은 별을 지나온다. 어린 왕자가 지나온 별에는 위선과 쾌락, 물질 등에 사로잡혀 사는 사람들이 산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하는 길들여지지 않은 어른들이다.

어린왕자와 여우는 일곱 번째 별인 지구에서 만나 서로에게 길들여진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엿 들으며 ‘길들임의 철학’을 알았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것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관계는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누군가를 길들이며 이어진다. 우리는 수십억 인구 중의 한사람이다. 누구의 아들이고 딸이며, 누구의 어머니이고 아버지이기도 하다. 존재의 의미는 관계를 맺을 때 드러난다. 나와 관계하는 사람들과 길들이고 길들여지며 아주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존재하게 된다.

나의 모든 것을 수용해주는 품이 넓은 지인이 있다. 그런 지인이 언젠가부터 나와 거리두기를 했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마냥 기다리는 일은 내겐 고문이었다. 어느 날 지인이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커피숍 창가를 바라보고 나란히 앉은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터놓았다. 언어는 전달 과정에서 왜곡된 플롯을 만들기도 한다. 내가 들어도 기가 막힐 이야기로 각색되어 전달된 것이다. 나의 진심을 전했다. 지인은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어린왕자는 여우에게 친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여 달라’고 부탁했다. 지인이 나의 진실을 믿어준 것은 서로를 길들이고 길들이며 얻어진 기다림의 선물이다.

여우는 "길들임이란 다가가는 거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가까워지는 "것이라 했다. 어른들은 성급히 가까워지려 하고 쉽게 관계를 끊는다. 관계는 서로가 함께한 충분한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 지인과 글을 나누고, 여행을 다니며 집안의 대소사 등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발견하고 만들어진 추억은 길들임의 시간이었다.

우리의 일상은 길들임의 연속이다. 길들임이 쌓일수록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러나 우리는 삶에 불필요한 덧셈만 하느라‘길들임’을 회피하고 사는지 모른다. 어린왕자가 네 번째 별에서 보았던 눈에 보이는 부와 명예를 쫒아 다니던 검붉은 얼굴의 신사처럼.

공허한 날이면, 하늘을 본다. 가끔은 누군가를 길들이고,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날이 있다. 그래서 종종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반짝이는 별빛 그 어딘가에 그들이 웃고 있을 테니까. 그런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니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