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입구에 노란색 체육복을 입은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선생님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데 들어보니 화장실 이용할 때 한 줄을 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현장학습 중이던 아이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 줄 서기를 잘 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었을 것이다. 영국은 한 줄 서기가 생활화되어 질서 문화로 정착된 국가이다.

작년 9월 엘리자베스 여왕 추모를 위해 무려 16㎞까지 줄을 섰고 문화인류학자인 케이트 폭스는 영국인의 특성을 정의하면서 영국인은 계산대가 두 곳 있어도 한 줄로 서서 기다리는 유일한 국민이라 했다. 서구사회에서는 전후 식량, 연료 등의 배급을 위해 본격적인 줄 서기가 시작되었고 합리적이고 공평한 질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시민단체가 한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해 지금은 버스정류장, 공연장, 공공장소 등에서 대기하는 방법으로 정착되었고 인천공항에서도 탑승수속과 출입국심사 시에 한 줄 서기를 한다.

하지만 지하철역은 계단이 많고 혼잡해 에스컬레이터에서 한 줄 서기를 할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되어 두 줄 서기를 권장했는데 이미 대다수 국민이 한 줄 서기에 익숙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후 정부에서는 승강기 안전관리법을 개정해 운행 중인 승강기에서 뛰거나 걷지 말라는 명시적 조항을 두고 권고만 할 뿐 현재는 각자 알아서 안전을 위해 줄 서기를 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로 얼마 전부터 해외여행객이 많아 졌지만 지방에서 인천공항까지의 대중교통은 여전히 불편해 최근에 필자는 인천공항까지 지인을 배웅한 적이 있었다. 3층 출국장에 도착해보니 보안검색장 입구에 유리벽이 세워지고 좌, 우에 분리되어 있던 진입구가 통합되었다.

종전처럼 입구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도 개선되었겠지하는 기대를 가졌으나 물리적 변화만 있었을 뿐 운영은 그대로였다.

과거에는 좌, 우측에 입구가 따로 있어 대기하는 줄이 길어지면 여행객이 알아서 짧은 대기 줄로 이동하거나 안내직원이 짧은 줄을 알려 주는 진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여행객이 수하물을 갖고 대기 줄을 이동하게 하는 것은 서비스 실패라고 생각해 대기행렬이론(queueing theory)의 줄바꿈(jockeying) 유형에 대한 이론적 해결방안을 찾기도 했으나 현실적인 문제(시설 구조, 관련 기관의 인력 운영 등)로 개선이 어려웠었다. 한마디로 공항에서 줄을 잘 못 서면 장시간 대기하는 불편을 감안해서 일찍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요즘 빠르게 항공 수요가 회복되고 머지않아 코로나 이전의 수요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허브공항에서의 혼잡은 필연적이고 수요회복에 따라 혼잡도가 높아질 텐데 새로운 대기 줄에 대한 관리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

서비스 회복도 중요하지만 혼잡이 가중되면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공시설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고 운영에 따른 인건비 등 고정비의 규모와 비중이 크다.

공항과 같은 대규모 공공시설은 코로나19와 같은 수요충격이 생기면 그 이상의 재정 적자가 발생하고 회복에도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 우려는 이 기간에 서비스 투자를 축소하여 세계 최고의 공항서비스라는 값비싼 브랜드 자산을 잃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모습이라 했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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