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시교육감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챗지피티는 무엇을 물어봐도 막힘없이 척척 대답한다. 선생님이라 할 만하다.

어떤 이가 챗선생의 실력을 시험하려고 좀 장난스러운 질문을 했다. "세종대왕이 노트북을 던진 사건에 대해 알려줘." 몇 초 만에 척척박사 챗선생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일화로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드는 과정에서 신하에게 분노해 노트북을 던진 사건"이라고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았다. 챗선생이 새 역사를 창조하셨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로 챗선생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다시 물으면 뭐라 할지 궁금해서 똑같은 질문을 했더니, "세종대왕이 노트북을 던진 사건은 실제 역사적 사실이 아니"며 "그 시대에는 노트북이 없었다"는 똑똑한 답을 내놓았다. 견해(?)가 바뀐데 대해 "너의 대답 때문에 만들어진 이야기 아니었어?"라고 꼬집었다. "제가 처음으로 지어낸 이야기지만 사실인지 확인하지 않고 유포한 것이 잘못"이고 "제가 허구임을 밝히고 앞으로는 이를 지양하겠다"고 답했다. 참으로 능청스럽다. 챗선생은 무엇이든 알려주는 척척박사지만 능청스러운 거짓말도 참 잘한다. 학교에 모시면 과연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챗지피티 때문에 교육계가 들썩인다. 여러 가지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다고 알려지면서 챗지피티 활용법을 알려주는 책과 콘텐츠가 쏟아진다. 한편으로는 방어에 급급하다. 미국 뉴욕주의 일부 학교에서는 챗지피티를 차단했고, 어떤 대학은 방과후 과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구술시험과 필답시험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국제학교가 챗지피티를 이용해 영어 작문과제를 제출한 학생을 적발해 0점 처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언젠가 오겠거니 했지만 챗지피티의 때 이른 등판은 ‘인공지능의 습격’이라 할 만큼 적잖은 충격이다. 대화 이외에도 그림,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엄청난 발달을 했다. 놀라움을 넘어서 두려움을 갖게 한다.

결국 올 것이 왔다면 배척과 방어보다는 공존과 활용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인공지능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빠른 정보 검색과 분석 능력은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 수업, 평가, 기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한 학생 한 학생에 맞는 맞춤형 개별화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육계는 이의 효과적인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빼먹지 말아야 할 일은 이른바 ‘인공지능 리터러시’를 키우는 것이다. 앞으로 계속 나아지겠지만 아직 인공지능의 답변은 완벽하지 않다. 잘 설계한 질문에는 좋은 답을 내놓지만 어떤 질문에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좋은 질문을 하고, 내놓는 답변의 참 거짓을 구별하고, 어떻게 써먹을지는 사람의 몫이다.

챗선생은 어느 순간 우리 곁에 와 있다. 챗선생은 훌륭한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그저 능청스러운 거짓말쟁이가 될 수도 있다. 인류가 발전시킨 기술력의 총아인 인공지능을 좋은 선생님으로 만들어 보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