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서구청장

단순한 발상의 전환이 인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은 사례가 많다. 별것 아닌 소소한 일이더라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리 생활을 180도 달라지게 했다.

먼저, 접착제의 역사는 인류 역사에서 꽤 거슬러 올라간다. 중석기 시대 인류가 밀랍이나 나무 수액을 조각상, 토기 등을 접착하는 데에 사용한 것으로 시작돼 20세기 우리가 흔히 쓰는 화학 접착제가 발명됐다. 이때까지도 ‘더 잘 붙는 접착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3M사는 어디에나 붙는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가 접착력이 너무 약한 실패작을 만들었다. 이 실패작은 연구원 동료가 책갈피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거쳐 사무용품으로 널리 쓰이는 포스트잇이 된다.

집이란 자기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지켜주는 장소였는데, 이러한 집의 개념을 뒤집은 사람이 바로 캐리어(Carrier)다. 인쇄물의 열기를 제거하기 위한 연구를 하던 1904년, 현대인의 삶의 필수가 된 에어컨을 발명했다.

1995년 종량제봉투 시행 후 불법투기, 폐기물 배출 등의 쓰레기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발상의 전환과 새로운 시도, 쓰레기 생활행정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늦은 밤, 큰 대로변에 종량제봉투가 산처럼 쌓여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재의 쓰레기 수거 체계에 따른 문제다. 오후 7시부터 새벽 3시, 각 가정에서 골목에 내놓은 종량제봉투와 음식물쓰레기를 1톤 트럭이 수거해 대로변 중간집하지에 가져다 둔다. 새벽 4시, 5톤 압축 차량이 이를 매립장으로 가져간다. 이렇다 보니 저녁 늦은 시각이나 새벽 시각 큰 대로변의 도로 한 면을 쓰레기가 점령해 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해 서구는 올 하반기부터 3.5톤 압축차량을 도입한다. 골목길의 쓰레기를 도로변에 쌓아두지 않고 바로 매립장으로 가져가는 ‘직접수거’ 방식이다. 올 하반기 시범 도입되고, 내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이런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방금 쓰레기 수거차가 지나간 것 같은데, 골목에 있는 쓰레기가 그대로다. 쓰레기의 종류는 종량제봉투, 음식물, 재활용품, 대형폐기물, PP마대로 나뉘는데, 각각 수거업체가 달라 수거 차량이 지나가도 해당 업체가 수거하는 종류만 수거되기 때문이다. 또 수거일도 제각각이라 쓰레기 배출 장소에는 늘 쓰레기가 쌓여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발상의 전환으로 간단한 변화를 줘보기로 했다. 서구는 2024년 1월부터 재활용품, 대형폐기물, PP마대를 1개 업체가 같은 날 수거할 수 있도록 일원화하고, 대신 서구를 2~4개 권역으로 나눠 여러 곳의 대행업체가 신속하게 수거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국민 삶의 질을 측정할 때면 쓰레기 발생량, 처리 비용, 처리율 등 쓰레기 관련 지표가 반드시 반영된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들은 ‘쓰레기와의 전쟁’을 끊임없이 이어왔다. 대전 서구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쓰레기 정책이 ‘쓰레기와의 전쟁’에 마침표를 찍지는 못하겠지만, 환경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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