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호수공원 평화의 소녀상의 털모자가 훼손된 모습. 사진=강대묵 기자
세종호수공원 평화의 소녀상의 털모자가 훼손된 모습. 사진=강대묵 기자

3·1절에 태극기 대신 일장기가 내걸린데 이어 이번에는 ‘평화의 소녀상’에 입혀놓은 모자와 망토가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세종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일 오전 세종시 호수공원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행사를 준비 중 소녀상의 일부가 훼손된 사실을 발견,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같은 날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 한동안 일장기가 내걸려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일제에 저항해 대한독립을 외친 날을 기념하는 3·1절의 의미가 퇴색된 것 같아 씁쓸하다.

시민연대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소녀상에 입혀놓은 보라색 망토 3곳과 빨간색 털모자 2곳이 약 5㎝ 가량 훼손된 흔적이 남아있다. 누군가 예리한 물체로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겠다. 소녀상은 지난 2015년 10월 설치됐다. 망토와 털모자는 세종여성회가 3년 전부터 매년 11월경 소녀상의 겨울나기를 위해 입혀주고 있다. 수많은 선조의 의기(意氣)가 훼손된 엄중한 사안이라는 시민단체의 의견에 공감한다.

의도적으로 소녀상을 훼손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경찰은 소녀상의 고의 훼손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과거에도 부산 등지에서 소녀상을 훼손한 사례가 있다. 소녀상 주변에 쓰레기를 투척하거나, 소녀상에 욱일기를 올려놓고 휴대전화로 사진촬영을 한 이가 경찰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소녀상이 수난을 당할수록 소녀상 지킴이 역할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소녀상 주변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녀상 설치를 둘러싸고 여러 우여곡절이 있는 게 사실이다.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제77주년 광복절인 지난해 8월15일 밤 기습적으로 교내 서문 근처에 소녀상을 설치하기도 했다. 소녀상 설치에 찬성하지 않는 의견도 분명 있을 수 있으며 그들의 뜻도 존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소녀상을 훼손하는 건 부끄러운 행동이다. 더는 소녀상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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