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N '불타는 트롯맨' 캡쳐.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과거는 지울 수 없다. 잊을 순 있어도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문제는 잊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더 잘 잊고 산다는 거다. 가해자의 시간은 더뎌야 한다. 가해자의 기억은 또렷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반대인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반면에, 가해자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는다. 그래서인지 뻔뻔한 가해자들이 많다.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지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한때 ‘학폭 미투’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많은 운동선수·연예인들이 지목당했다. 당연하게도 그 대부분은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운동선수 같은 경우에는 팀에서 제명 당하거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 당했다. 아이돌 같은 경우에는 팀에서 탈퇴하거나 활동을 멈췄다. 배우 같은 경우에는 촬영 중이던 작품에서 하차했다. 또한 작품이 아예 엎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모든 게 ‘인과응보’였다. 이런 풍파를 겪은 덕분인지 연예계 ‘출연자 계약서’엔 새로운 항목이 생겨났다. 바로 ‘학교 폭력뿐만 아니라 작품 진행에 해를 끼친 논란을 야기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다. 이다영·재영 자매로 논란을 호되게 겪은 배구계 또한 변화가 있었다. 배구연맹은 학교폭력·성범죄 등에 무겁게 연루된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면 배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나름 유의미한 변화였다.

☞하지만 아직 다 걸러내지 못했다. 아니, 뻔뻔한 사람들이 새롭게 등장한다. MBN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인 ‘불타는 트롯맨’이 출연자 황영웅에 대한 논란으로 불타고 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리고 그의 과거 역시 다른 의미로 ‘강력하다’. 황영웅은 상해 전과·학교 폭력·데이트폭력·군생활 의혹 등 많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시청자들은 그의 하차를 거세게 요구했다. 하지만 황영웅은 "다시 얻은 노래하는 삶을 통해서 사회의 좋은 구성원이 되어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허락해달라"고 말했다. 당연히 하차는 없었다. 제작진 또한 1차 결승전에서 황영웅을 편집하지 않고 내보냈다. 심지어 제작진이 황영웅을 밀어준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우승한다면 상금을 기부하겠다는 황영웅의 말도 왠지 계산적으로 느껴진다. 이미지 세탁을 위해 가면을 쓴 것 같다. 과연 노래만 잘하면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용서는 피해자가 하는 것이다. 좋은 노래로 보답한다 한 들 피해자가 좋아할 리 없다. 반면 가해자에게 새기는 주홍글씨가 가혹하다는 사람도 있다. 어릴 적 실수였을 수도 있으니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건 진심으로 뉘우쳤을 때 가능한 일이다. 자신에게 걸림돌이 될까 억지로 사과하는 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가해자는 시간이 지났고 반성했으니 됐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철저히 가해자의 입장이다. 피해자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누가 용서를 운운할 수 있을까. ‘불타는 폭력맨’이라는 오명까지 얻은 ‘불타는 트롯맨’, 이대로 가다간 ‘잿더미’ 된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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