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각 김용각건축사사무소 대표

며칠 전, 사무실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어떤 중년 남성이 직원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신문 구독을 간곡히 요청하는 그의 요구에 이미 이십여년 전부터 지방지 2개를 구독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그의 안타까운 사정을 차 한 잔과 함께 나누고 돌아가게 했다.

아직도 신문 배달을 하는 청소년이 존재한다는 것과 정기구독 유치를 위해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에 이 세대가 아직도 다양한 어려움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신문 구독료가 월 2만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신문 구독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관심의 문제이며 격변의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이 신문 한 편을 읽을 수 있는 여유로움조차 없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 아이들의 유년시절에 신문을 펼쳐놓고 글자를 찾아 문장 만드는 게임을 하며 신문의 친숙도를 높이고자 했던 것과 어린이신문에서 아이들의 관심사를 찾아 스크랩했던 기억이 송환되는 것을 보니 필자 역시 ‘라떼 세대’임을 자인할 수밖에 없지만, 그 시절이 더 정감있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음이다.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아주 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사실 속에는 검색자의 관심사에 따른 알고리즘이 형성되어 편협된 기사 속에 머무른다는 폐해가 있다. 최근 모든 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는 유튜브만 보더라도 알고리즘에 따라서 제한된 정보의 제공으로 다양함에 목마를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을 것이다. 반면, 신문은 나의 관심사와 무관하게 다양한 기사를 반강제적으로 보게 되는데 특히 지역신문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의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고 새로운 지역 정보를 많이 습득하게 된다. 웃긴 것은 그런 기사를 보면서 때로는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생각과 다른 기사의 방향성에 화를 내며 취재한 기자의 이름까지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겨 왠만한 기자들의 이름을 거의 알고 있는 이상한 습관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지면으로 읽는 장점은 기사를 천천히 곱씹으면서 기사와 나의 생각을 비교하며 사고의 폭과 깊이를 넓힌다는 것이다. 지역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지역 행정과 지역개발과 지역 이슈에 대해 알게 되고 또한 건축전문가로서의 견해로 바라보며 나름의 해석을 하고 그 방향성에 대해 동료들과의 대화 주제로 올리기도 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매일 채워야 하는 지면의 부담이 있겠지만 지역신문의 기사가 많이 중복된다는 것과 사진의 양과 크기가 많아지고 커진다는 것, 특히 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점차 나아지리라는 애향심을 장착하고 바라보고 있다. 또한 언론의 공정성, 공익성, 객관성, 정확성, 책임성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지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고향사랑기부제로 여러 인사들이 지역 상생 발전을 위한 기부금을 기탁하고 있다. 그런 기부금은 아닐지라도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신문을 구독하고 지역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하는 필자의 모습을 보며 그 중년 남성과 오버랩되는 느낌은 무엇일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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