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전공 교수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팬에게 2월, 3월은 무미건조한 일상이었다. 반면 올해는 스토브리그에 대한 막연한 상상으로 보냈던 지난해와 다르게 2023 WBC(World Baseball Classic)가 3월에 미국, 일본 대만에서 공동 개최된다. 2017년 이후 처음 개최되는 만큼 야구팬의 기대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야구계는 2023 WBC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코로나로 관중 없이 경기가 개최되기도 했고 몇몇 선수들의 일탈로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반전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으로 야구에 대한 분위기를 반전한 경험이 있고, 2013년 2017년 1라운드 탈락으로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7년 한국에서 공동 개최된 대회에서의 성적은 우리에게 상처만 주었다. 물론 스포츠 경기에서 성적만이 전부는 아니다. 2006년 WBC에서 4강이 확정될 때 봉중근과 선수들이 보여준 ‘태극기 마운드 세리머니’를 지금까지 기억하는 건 성적보다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이 컸기 때문이다.

스포츠 현장의 감동은 개인경기보다 팀 경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개인의 기량은 일반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결과가 산출되는 반면, 팀 경기는 예측하지 못한 반전의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지금까지 무수히 경험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에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야구(9전 전승) 우승에서도 모든 국민은 환호를 넘어 열광했으니 말이다. 아주 가까운 기억으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기적을 경험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어깨동무하고 작은 화면을 숨죽여 지켜본 16강 진출의 장면에서 우리는 기적의 전율을 느꼈다. 이것이 감동이자 ‘팀 가이스트’일 것이다.

팀 정신을 의미하는 ‘팀 가이스트’는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팀 정신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결과가 팀 가이스트의 결정판이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운영요원 등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국민이 열두 번째의 선수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존중받다 보니 팀의 성적도 좋았고 아주 오랫동안 열광의 여운을 가질 수 있었다. 이처럼 팀 정신은 가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 과연 팀 정신은 존재하고 있을까? 어쩌면 팀 정신이 우리에게 필요할까라는 질문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현대사회는‘우리’라는 개념보다 ‘나’에게 모든 중심이 기울어져 있다. 개인의 독자성과 자율성이 우선하여 행동을 지배하고 있지만 동시에 추구해야 할 책임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개인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은 사라지고 이기주의의 부작용만 강조되는 세상에 사는 모양이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때론 전제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되었다. 옳고 그름의 판단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속한 사회와 공공의 목적이 없어진다면 과연 개인의 존재는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 주변은 물론 지역 대학, 지역 정치, 나아가 국가경영 등에서 ‘팀 가이스트’의 의미를 찾을 수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선수와 선수의 아름다운 조화와 개인의 희생을 통해 국민에게 즐거운 결과를 안기려는 국가대표의 마음이 사회적으로 전이되었으면 한다. ‘팀가이스트’가 만든 기적의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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