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돈서 석송초등학교 교장

필자는 올 2월 말에 40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한국교육의 변천사를 옴 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왔다. 그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교육 40년을 되돌아 보고 미래교육을 전망해 본다. 지금부터 40년 전인 1983년 농촌 초등학교 풍경을 거칠게 스케치해 본다면, 교실은 과밀학급으로 학생수가 대개 50여 명이 넘었고, 칠판에 백묵으로 판서를 했다. 수업형태는 주입식 수업이 주를 이루었고, 학생들은 판서와 노트필기를 많이 했다. 학교문화는 매우 권위주의적이었지만 학부모는 선생님을 존중해 주었다. 선생님들의 교직관은 성직자관이 주류였다.

세월이 흘러갔다. 학급당 학생수는 점점 줄었고, 이제 농어촌 소규모학교에서는 10여명도 많은 편이다. 국가경제가 좋아지면서 학교시설도 좋아졌다. 컴퓨터가 보급되고, 문서처리가 전산화되었다. OHP가 활용되다가 ICT 활용교육이 도입되었다. 오늘날에는 스마트한 전자칠판이 교실에 설치되었고, 태블릿 PC가 활용되고 있다. AR, VR이 이용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챗봇도 활용될 전망이다. 한편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수직사회에서 수평사회로 변화해 왔다. 학교문화도 민주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고, 교직원과 공무원 노조가 생겼다. 학부모의 민원이 증가하고 교권이 약화되었다. 교직관도 성직자관은 약해지고 노동자관이 강해진 것 같다. 학교조직도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모했다. 이에 따라 노무관리가 관리자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교육과정도 크게 변해 왔다. 주기적 개정에서 수시개정 체제로 바뀌었고, 학생의 선택권과 교사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이제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될 예정이고, IB 교육과정이 확산될 예정이다.

또 방과후학교가 도입되었고, 올해는 온종일 돌봄체제가 시범 운영될 전망이다. 이처럼 학교의 기능과 역할이 점점 확대되어 왔다. 예전에는 학교의 역할이 순전히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했다. 그러나 현재는 학교가 교육기능 뿐만 아니라 방과후학교와 보육(돌봄) 기능까지도 겸하고 있다. 교육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기존의 보수적인 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진보적인 대안교육, 열린교육, 혁신교육 등이 도입되고 실천되었다. 특히 열린교육은 한때 정권의 선택과 지원으로 열풍처럼 번져간 적이 있다. 그 결과 본래의 모습이 많이 변질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교육은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 선진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시대와 디지털문명시대를 맞이하여 소프트웨어와 AI교육을 기반으로 새롭게 도약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요즘 교육계에서는 미래교육이 초미의 관심사요, 화두다. 앞으로 한국교육은 개인적인 차원의 행복교육과 함께 민주시민교육을 넘어 지구적 차원의 세계시민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된다. 전 세계적 기후위기와 생태계의 교란, 코로나 같은 새로운 전염병 시대에 대응하는 교육이 바로 지구의식을 바탕으로 한 세계시민교육이다. 이미 학교현장에서는 유네스코나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등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40년 한국교육사를 교단경험을 바탕으로 대략 단편적이나마 살펴보았다. 백년대계와 교육입국이라는 말을 깊이 음미해 보며 K-교육이 세계를 선도해 나갈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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