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퇴직한 선배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행복한 삶보다는 사회활동의 단절,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에 대한 염려가 대부분이서 씁쓸하다. 간혹 만족한 삶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여건이 달라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불안함이 더 크다.

왕성한 사회활동 기간에는 젊음과 소속한 조직이 배경이 되어 당면 문제에 적극적인 대처가 가능했지만 퇴직 후에는 노쇠와 냉혹한 현실이 겹쳐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노년이 연장되고 그 인구도 늘어 암담한 노후는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어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어 각자가 사정에 맞게 은퇴 준비를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과연 은퇴 후 행복한 삶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일단 여러 매체를 통한 노후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할 수 있겠지만 보편성은 있으나 개인의 특수성까지 반영할 수 없기에 자기식으로 재구성하고 검증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사회활동 기간 중에 은퇴 후의 삶을 미리 경험해 문제를 찾아 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이 과정에서 노후생활의 주체성과 자신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보다 큰 현실적 필요성은 은퇴 후의 시행착오는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필자는 요즘 아파트 단지 내 작은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는데 사연이 있다. 작년 초 한 학생이 봉사활동 동아리 지도교수를 맡아 달라고 해서 일단 생각해 보겠다는 답변을 했으나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무슨 핑계를 댈 수 있겠나 싶어 바로 수락하고 회장단 학생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동아리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채워야 하는 필수 봉사 시간이 있고 그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진정성과 자신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걱정하고 있던 터라 이를 다시 성찰해 볼 수 있었고 직접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모두에게 맞는 해법은 없겠지만 각자가 정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벤자민 플랭크린(Benjamin Franklin)의 "준 것은 남고 받은 것은 녹슨다"는 금언을 떠올려 보았다. 요즘 작은 도서관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눈빛과 구석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평소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아름다운 광경이고 새로운 경험이다. 다음 봉사 일에는 무슨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감이 생기고 봉사가 아니라 봉사를 받는 것은 아닌지 즐거운 의심을 해본다.

봉사활동에 대한 기록을 보니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전부터 계, 두레 등의 전통적 봉사활동이 있었고 1900년대 개화기 종교계로부터 서양식의 봉사활동이 시작되었다 한다. 2005년 8월에는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고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자원봉사활동 기본법을 제정하고 매년 12월 5일 UN에서 정한 자원봉사자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고 한다.

은퇴 전 시작한 조그만 봉사활동이 기대치 않은 행복을 안겨줘 감사한 마음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크고 작은 어려움도 경험을 활용해 잘 극복해서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답은 늘 가까운 곳에 있고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는 있는 것을 새롭게 볼 줄 아는 지혜를 다시 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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