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현 한국조폐공사 ICT이사

최근 모바일 결제 시대가 도래하며 휴대폰이 지갑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지갑이 없으니 자연스레 지갑 속 신분증도 쓰임새가 확 줄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신분증이 없으면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항공기에 탑승할 때 신분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랜 기간 어떻게 하면 신분증을 스마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 끝에 지난해부터 행정안전부가 나섰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내가 나임을 증명해야하는 과정’ 즉 신원확인을 위해 지난해 국가 신분증 최초로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도입한 것이다. 이른바 ‘모바일 신분증’시대가 열렸다.

조폐공사는 전자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등 각종 신분증을 제조 발급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는 자체 기술연구원을 통해 개방형 COS(Chip Operating System, 칩 운영시스템)를 개발하는 등 국가 신분증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2021년에는 행안부로부터 모바일 신분증 전문기관으로 지정받아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증명(DID*)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운전면허증’ 플랫폼을 구축했고, 현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분산신원증명 기술이 적용된 모바일 신분증의 큰 특징은 자신의 개인정보는 스마트폰에만 저장되고, 블록체인 플랫폼에는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생년월일, 성별, 주소 등 자신의 여러 개인정보 중 꼭 필요한 정보만 골라 상대방에게 제공할 수 있어 민감한 나의 정보를 최소화해 제공할 수 있다. 모바일 신분증 개시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서비스를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이나 공공, 금융 분야와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서비스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은행에서는 대출, 적금, 계좌개설 등에 모바일 신분증 사용이 가능하며 무인 편의점, 음식점, 렌터카 등 생활편의시설에서도 성인 인증을 위한 방법으로 모바일신분증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행정서비스통합포털인 ‘정부24’에서도 간편 인증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접속할 수 있다.

디지털 신분증 도입 필요성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구나 믿을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기능이 적용된 모바일 신분증 구축 및 서비스 경험을 살려 해외로 전파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모바일 신분증은 단순히 실물 신분증의 대용품이 아닌 온·오프라인, 대면과 비대면 상관없이 언제든 안전하게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한 스마트한 수단이다. 모바일 신분증이 없는 독자라면 가까운 운전면허시험장 혹은 경찰서에 방문해 발급받아 사용하면 그 유용성을 절감(切感)할 것이다.

* DID(Decentralized IDentity):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신원을 증명하는 탈중앙화된 신원증명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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