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 가보니
정순자 실장·봉사자 등 4명 의기투합
평일 오전 11시 30분-오후 1시 운영
밥·국·반찬 소박하지만 정성껏 준비
“손님들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행복”
올해 수용 인원 확대·반찬봉사 목표

21일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를 운영하는 봉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왼쪽부터 이길우 봉사자, 정순자 실장, 한혜림 부실장, 홍은주 봉사자, 신진아 단장). 송휘헌 기자
21일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를 운영하는 봉사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왼쪽부터 이길우 봉사자, 정순자 실장, 한혜림 부실장, 홍은주 봉사자, 신진아 단장). 송휘헌 기자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음료수 한 캔도 사기 힘든 1000원으로 가장 따뜻하고 풍성한 점심을 제공하는 곳이 있다.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위치한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다. 기운차림 가경지부는 2020년 2월 문을 열었다.

21일 오전 10시에 찾은 기운차림 가경지부에서 정순자(73) 실장과 한혜림(52) 부실장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재료 준비에 분주했다. 정 실장은 “보통 오전 9시 정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며 “봉사활동으로 일을 돕고 있었는데 지난해 7월 실장 자리를 맡아 달라고 해 하게 됐다”고 말했다.

10분 뒤 홍은주(33) 봉사자가 도착했다. 한 부실장과 홍 봉사자는 2020년 문을 열 당시부터 봉사를 하고 있는 원년 멤버다. 홍 봉사자는 “2020년 2월 23일 문을 여는 당일에 봉사활동을 하러 우연히 왔다가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해 보여 계속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계의 문은 주 5일(월~금),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열기 때문에 오전 10시 30분 경이 가장 분주하다. 주방은 볶고, 끓이고, 써는 조리로 분주했지만 정 실장과 한 부실장, 홍 봉사자는 손발이 척척 맞았다.

21일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에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송휘헌 기자
21일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에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송휘헌 기자

이날의 메뉴는 흑미밥, 두부김치, 열무김치, 냉이된장국, 삶은 계란이다. 평범한 메뉴로 보이지만 ‘못난이김치(배추김치)', 열무김치, 쌀 등 모두 후원을 받은 물품이다. 특히 봄기운을 물씬 풍기는 냉이도 직접 캔 것을 후원한 것이다. 상근 봉사자는 아니지만 인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이길우(54) 씨가 찾아와 손을 거들었다.

한 부실장은 “후원을 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식당을 운영할 수 있다”며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당의 가격이 1000원인 이유를 묻자 정 실장은 “1000원을 내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식사를 해 자존감을 세워드리게 하고 싶다는 의미가 크다”고 답했다. 이어 “식사를 맛있게 하시는 걸 보면 그것 만으로도 피로가 풀리고 행복하다”며 “음식이 맛있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해주면 정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오전 10시 50분경 후원 발굴, 배식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신진아 단장까지 항상 같이 일하는 4명이 모두 뭉쳤다.

오전 11시 30분 식당의 문을 열자마자 긴 줄이 이어졌다. 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앞에 마련된 통에 1000원을 넣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좌석 32석이 만석이 됐다. 식당 안에는 노인이 대부분이었고 간혹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식사를 하는 손님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신 단장과 홍 봉사자는 처음 온 손님과 계속 온 손님에게 인사하며 챙기면서도 몸이 불편한 노인의 식사를 옮겨주는 등 꼼꼼하게 손님을 챙겼다.

가경동에 거주하는 오경환(83) 씨는 “일주일에 보통 3번 정도 기운차림 식당을 찾고 있다”며 “식당이 깨끗하고 음식이 맛있어 계속 찾고 있는데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노인에게 1000원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해 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인이지만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식사를 한 뒤 기운도 나고 의욕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아파트 미화원을 하고 있는 박희자(66·여) 씨는 “미화원으로 평소에는 사과, 빵, 떡 등 점심을 간단하게 때웠는데 이렇게 정성스러운 한 끼가 1000원이라니 행복하다”라며 “혼자 먹으면 입맛도 없고 했는데 주변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먹으니 좋고 한 달에 1만원씩 기부하는 CMS후원 회원도 가입했다”고 전했다.

오전 11시 50분 손님들이 하나둘씩 식사를 마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봉사자 4명은 나가는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기운찬 하루되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기운차림 가경지부는 1일 50여명 정도가 이용을 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손님 100명 받을 수 있는 환경만들기와 반찬봉사 등이 올해의 목표다.

신 단장은 “기운차림 가경지부가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의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며 “후원과 봉사자가 많아지면 몸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봉사까지 확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운차림 봉사단은 세상을 두루 이롭게 하는 홍익의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민간 봉사단체다. 또 1000원에 점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기운차림식당을 비롯해 독거노인을 위한 기운찬 반찬 나누기, 국내외 재난 구호 활동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21일 오전 10시 30분경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가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송휘헌 기자
21일 오전 10시 30분경 기운차림 청주가경지부가 손님을 맞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송휘헌 기자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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