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보령시장

1960년대부터 보령시의 무연탄 생산량은 전국 10%를 차지하였으며, 1984년 국내 최초 국산화 표준 석탄화력발전소 모델인 보령화력발전소가 건립되면서 전국 전력 생산량의 8%를 차지하는 등 명실상부 에너지 도시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초석을 다지며 입지를 굳혀왔다.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보령화력발전소 1, 2호기는 2020년 폐쇄됐으며, 5, 6호기 또한 2025년 폐쇄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인구 감소와 산업 위기에 맞서 보령시는 2040 보령시 미래발전전략에 따라 지난 2021년에 전담 조직인 에너지과를 신설해 보령형 탄소중립 경제·사회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보령시는 수소특화단지, 콜드체인(LNG냉열활용), 미래모빌리티, 공공주도형 해상풍력단지, 태양광 직접화단지 등 약 17조 원 규모의 에너지 신산업을 추진하는 탄소중립 산업생태계를 선도하는 전략적 신재생에너지 요충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수소 도시 조성사업에 선정되어 2025년 말 LNG터미널 인근에 연간 25만 톤 생산량을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생산 플랜트를 건설함에 따라 수소를 매개로 한 신산업과 일자리, 지역 경제 활성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되면서 주요국을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선언과 궤를 같이하는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일환이다. 글로벌 기업의 RE100 선언, ESG투자(환경,사회,지배 구조를 고려하는 투자) 확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방경제의 지속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소산업은 화석연료 대체뿐만 아니라 미래모빌리티,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Storage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 등과 함께 경제활동 전 분야로 확대 재생산될 것이 명확하다.

부동(不同). 같지 않다는 말이다. 불이(不二).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하나이면서 같지 않고 둘이면서 다르지 않다는 말은 언뜻 보면 서로 모순된 말처럼 들린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보령과 세계는 같으면서 같지 않고, 세계와 보령은 다르면서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보령의 시정은 경계에 서서 밖에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고, 보령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밖과 동기화해야 한다. 그렇다고 밖의 변화만 좇는다면 보령의 독특함은 사라지고 무색무취한 지방 도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능곡지변(陵谷之變)이란 말처럼 높은 언덕이 변하여 깊은 골짜기가 되고 깊은 골짜기가 높은 언덕으로 급변하는 세상이다. 이에 시는 급변하는 핵심사업을 분석하고 행정수요에 부합하는 조직 운영을 위해 미래전략국을 전진 배치하는 등 보령의 독특함을 세계와 동기화하기 위한 전략적 조직 재정비도 마쳤다.

이제 보령이 가진 풍부한 해양자원과 지리적 이점, 머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석탄에서 신재생 그린에너지로, 농산어촌에서 창의적 생태환경 스마트 산업 도시로 나아가는 보령만의 독특함을 보여줄 미래 신산업을 발굴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업의 융·복합, 경제의 글로벌화, 환경의 가치 증대와 코로나19 이후의 패러다임에 맞춘 문화와 자원이 결합한 ①해양 레저관광 도시, ②신재생 친환경 에너지 도시, ③지속 가능한 스마트 청년 미래 산업 도시를 기반으로 보령만의 변주를 이어 나아가야 한다. 청정해양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수소, 콜드체인, 미래 모빌리티, 태양광, 해상풍력과 보령신항을 아우르는 탄소중립형 기회발전 특구인 탄소중립 융·복합 클러스터 구축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울러 보령해양머드박람회를 통해 발견한 해양 신산업과 지역자원을 활용·연계한 해양 웰니스 기반 K-뷰티·치유 산업, 수산식품 수출 집적단지 등 기업 유치와 지역의 특색있는 산업 분야 집중 지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에서 포용성과 역동성을 담보한 조직과 미래 비전이 만나 해양관광과 지역 산업, 신재생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도시. 경제·사회·환경이 선순환의 조화로운 성장을 통해 지역이 세계와 동기화하는 도시. 주민의 직접적인 참여와 실질적 이익공유가 현실이 되는 도시. 지금 여기 보령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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