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선 시인·국제PEN한국본부 충북 지역위원회 회장

"불이 났어요. 어서 밖으로 대피하세요."

다급한 목소리로 연신 밖으로 나가라는 방송 멘트다. 지난 입춘 날 아침 청주의 한 대중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일주일의 피로를 풀기 위해 주말 온천사우나를 즐기는 여유는 오감만족의 행복이다. 그날도 주말 아침 늦잠 대신 사우나를 찾았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죽은 세포가 살아나는 듯 즐거움에 빠져있던 시간, 안쪽에서 메케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유독가스 냄새가 진동한다. 세신사 중에서 소각장 연기가 올라와서 나는 냄새라고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채 1분이 지났으려나 시커먼 연기에 대중탕 안은 금세 암흑 속이고 유독가스는 구토가 나올 지경이다. 그제야 빨리 피해야 한다는 다급한 목소리의 방송이 흘러나온다.

해마다 봄이면 산불예방을 위해 등산로를 제한하면서 산림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사소한 부주의로 수백만, 수천만ha의 산림을 소실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주택이나 아파트가 화재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설마 "괜찮겠지"가 산림을 소실하고, 안타까운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청주의 그 온천은 이번이 처음 화재가 발생한 곳도 아니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관리자의 인식이 더 문제라고 생각된다. 언론을 통해서 본 소방당국의 점검에도 문제점이 없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가 화재로 이어졌단 말인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라 화재가 빈번하다는 안이한 생각이 더 큰 문제인 듯 하다. 더구나 딸아이 혼사를 일주일 앞두고 사건 사고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놀란 가슴이 쿵쾅거린다. 속옷도 양말도 팽개치고 겉옷만 허겁지겁 챙겨 입고 나오는데, 연세 드신 할머니들은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아우성이다. 계단으로 어서 내려가지 않으면 죽는다고 빨리 내려가자고 서둘러 내려왔다. 다행히 인근 소방서에서 신속 출동을 하였고, 지구대에서도 긴급 출동하여 대피방송을 잘 해주었고, 사우나 이용객들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서둘러 대피한 것이 대형 참사를 막았다.

봄철이 되면 나들이가 늘어나고 그만큼 산불뿐 아니라 각종 재해,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국민 모두가 "자다가도 다시보고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안전 최우선의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 설마 나한테는 그런 불행이 없을 거란 안일한 생각으로 대형사고가 터지면 책임은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우(愚}를 범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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