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하늘도 무심하시지"란 말은 이럴 때 쓰나 보다. 6일(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은 튀르키예·시리아를 강타했다. 사망자는 4만 1000명(15일 기준)을 넘겼다. 튀르키예 사망자만 3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지금도 끔찍하지만 문제는 사망자가 더 나올 것이란 거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이 26%(14일 기준)에 달한다고 봤다. 그리고 그들이 추산하는 이 확률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튀르키예 부상자만 해도 10만여 명에 달한다. 실종자도 너무나 많다.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도 지옥이다. 가족을 잃고 집을 잃었다.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는 사람은 튀르키예에서만 100만 명이 넘는다. 대피시설도 열악하기에 추위·배고픔에 떨고 있다. 얼마 전 한 사진이 전 세계를 울렸다. 그 사진은 튀르키예 한 아빠가 지진으로 죽은 딸의 손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 아빠의 참담한 표정은 이번 참사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또 한 아기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이별했다. 아기 엄마는 잔해 속에서 아기를 낳고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기는 구조 당시 탯줄도 제대로 끊지 못한 상태였다. 엄마는 아기를 한 번도 안지 못한 채 그렇게 떠났다. 세상이 이렇게 잔인할 리가 없다.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신에게 모든 원망을 돌리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 물론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피해를 ‘줄일 순 있었다’. 튀르키예 강진 피해가 컸던 데에는 의외의 이유가 숨어있다. 바로 ‘정경유착’이다. 맞다. 어디에서나 문제인 그 고질병이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1999년 강진으로 촉발된 경제난 속 ‘정권 심판론’을 내세웠다. 그렇게 2003년 총리가 됐고, 2014년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그가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은 지난 20년간 가까운 재계 인사들에게 건설 붐 혜택을 나눠주느라 바빴다. 그렇게 에르도안 정부가 내세운 ‘내진 설계 준수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 정부는 ‘도시계획 구역 사면법’을 통과시켜 관련 인허가를 받지 않은 건물에도 철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24년 전, 내진형 건물을 건립하겠다며 거둬들인 ‘지진세’는 어디론가 증발했다. 그 부실공사 탓에 이번 강진 피해는 더 컸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튀르키예의 작은 도시인 에르진시(市)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곳 시장은 ‘내진규제강화법’ 준수하기 위해 노력했다. 불법 건축을 용납하지 않았다. 덕분에 에르진시는 ‘건물 붕괴 0건, 사상자 0명’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기적의 땅’이다. 그러니 다른 도시도 이랬으면 피해가 덜했을 것이다. 민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진으로 권력을 얻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으로 모든 걸 잃게 생겼다.

☞우리나라도 ‘형제의 나라’를 돕기 위해 나섰다. 튀르키예에 한국 긴급구호대가 급파됐다. 이 영웅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한국 구호대는 8명의 생존자를 구해냈다. 그야말로 투혼이다. 또한 국민들도 도움을 주기 위해 모금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기관·단체들도 구호품·성금 전달에 앞장서고 있다. 이번 참사는 피해 규모가 커서 회복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가늠도 안된다. 그러기에 우리의 관심은 계속돼야 한다. 고통의 끝을 모르기에 더 도와야 한다. 어려울수록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형제’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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