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영·취재2부 교육문화팀 기자

[충청투데이 한유영 기자] "저녁 7시까지 데리러 올게." 맞벌이었던 부모님은 초등학생인 우리 자매를 학원에, 할머니의 손에, 이웃의 집에 종종 맡겼다. 엄마가 약속한 7시가 다가오는 6시 30분 즈음에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하루 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날이나 조금은 심심하고 외로웠던 날에도 6시 30분 쿵쿵 거리는 마음속 알람은 멈추지 않았다.

2025년,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과 방과후 교육 등을 제공하는 초등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된다.

당초 늘봄학교는 ‘초등전일제학교’라는 이름으로 국정과제에 포함됐었지만 ‘전일제’라는 명칭의 부정적 인식 해소를 위해 이름을 바꿨다. 정부도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과 우려 섞인 시선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던 것이다.

맞벌이 부부들은 당장 노동 시간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늘봄학교 도입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아이가 ‘교육적’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퇴근 하는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대전교육청은 올해 늘봄학교 시범교육청으로 선정됐다.

어느 지역보다 먼저 저녁 8시 돌봄을 도입하게 된 셈이다.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올해 20개교 내외로 늘봄학교를 선정하고 아침돌봄, 저녁 일시돌봄과 방과후학교 1인 1강좌를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방과후학교, 돌봄지원센터 확대를 통해 교원 등의 업무 경감에 주력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아이들의 만족도와 행복이다.

현재는 교육 프로그램 구성을 각급 학교에 맡기고 있어 학교와 교육청별로 돌봄과 방과 후 수준, 질적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학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아 준비기간이 촉박한 만큼 늘봄학교에 선정된 학교들은 저녁 8시 돌봄 체계에 맞는 신규 프로그램 개발보다 기존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그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크다.

현실적으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려줄 수 없다면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6시 30분’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다양한 놀이 환경, 예체능 활동 등을 포함해 ‘돌봄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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