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서구청장

임용된 지 3년 남짓한 햇병아리 공무원이었던 시절, 당시 충남도지사에 취임한 심대평 전 지사가 충남도청 전 직원을 불러 놓고 말했다. "공무원은 어느 순간에도 칼자루를 잡아야 한다." 칼날을 잡느냐 칼자루를 잡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돈과 향응이며, 작은 것이라도 얻어먹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상대방이 잡은 칼자루에 휘둘리게 된다는 뜻이었다. 이 말이 지금도 뚜렷이 기억난다. 공직자의 근본은 청렴이라는 것을 가슴속 깊이 새기며 살아왔다.

민선 8기 출범 후 가장 먼저 힘을 쏟은 것도 청렴도 회복이었다. 그동안 서구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2년 연속 4등급이라는 하위권의 성적표를 받아 왔다.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로 겨우 꼴찌를 면한 수준이었다. 구청의 주인인 구민의 신뢰를 다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렴도 회복이 시급했다.

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결실로 2022년 종합청렴도 2등급을 달성했다. 구가 청렴 역량 강화와 관심 제고를 위해 실시한 직급별 맞춤형 청렴교육, 청렴 골든벨, 청렴시책 설문조사 등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간부 공무원 청렴 챌린지, 이해충돌 방지 실천 캠페인을 실시해 ‘기관장·고위직의 청렴 실천 리더십’ 부분에서 청장과 간부 공무원의 청렴의지 표명과 청렴시책 참여 노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렴’은 이제 단순한 부패의 반대말을 넘어, 적극적인 행정과 깨끗한 공공서비스 전반을 내포하는 의미로 진화하고 있다. ‘청렴’의 가치가 다양해지면서 청렴도는 도시의 브랜드이미지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청렴도가 높은 도시’라면 공정한 복지, 합리적인 가격, 질 높은 공공서비스가 떠오를 것이고, ‘청렴도가 낮은 도시’라 하면 비리, 부정부패, 불평등한 복지시스템이 연상될 것이다.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단순히 공직사회의 부패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도시의 브랜드와 시민의식 전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의미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율기육조(律己六條) 청심(淸心)에는 ‘청렴은 목민관의 기본임무이자 모든 선(善)의 원천이요, 모든 덕(德)의 근본’이라는 말이 있다. 목민관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기에 앞서 청렴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성과에는 구청장으로서 청렴의 근본을 갖추고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

이제 ‘청렴한 행정’이라는 탄탄한 끈으로 구슬을 꿰어 보배를 만들 차례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방위사업청이 대전 서구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지역 유일의 평촌산업단지가 방위사업청 이전과 맞물려 방위·에너지산업의 거점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구 차원의 노력 또한 아끼지 않을 것이다. KT인재개발원 복합단지 조성, 장태산~노루벌 국가정원 지정도 구슬을 꿰듯 한 걸음씩 내딛을 것이다. 청렴이라는 탄탄한 끈을 바탕으로 만들어질 서구의 보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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