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신 대전중구청장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움츠러들었던 지역 행사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5일 정월대보름 맞아 전국적으로 관련 행사가 한창이었다. 우리 중구에서도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을 제례를 개최했다. 태평동의 느티나무 목신제, 유천동의 버드내거리제, 산성동의 한절골당산제와 무수동 산신제 등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가운데 열려, 많은 주민이 참여하며 그 뜨거운 열기를 더했다.

축제가 각종 공연과 체험, 놀이, 전통 계승 등을 포함하는 종합예술임으로 볼 때 대보름 맞이는 축제가 아닌 행사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대보름맞이 행사는 축제와 같은 시끌벅적함은 없지만, 주민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고 소원성취를 소망하며 우리 동네에서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여 만들어가는데 큰 의미가 있다. 지역의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해 보존위원회를 만들고, 주민들의 고민을 통해 2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소규모 축제와 행사가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과연 성공한 축제라 볼 수 있을까?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이어졌을까? 생각해 본다.

지방자치가 본격화되면서 지역의 축제는 외형적 성장만을 중시하고 대규모화를 추구했고 정치화되기도 했다. 성과도 많았지만, 비판도 많다. 비판은 새겨듣고 발전적 방향을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우리 중구에는 대전을 대표하는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있다. 의미와 내용 면에서 훌륭한 축제이고 계속 발전시켜야 할 축제이다. 여기에 더해 지방자치 정신에 더 맞닿아 있는 축제, 주민이 중심이 되는 마을 축제로 ‘함께하는 중천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중천(中川)축제는 주민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우리 동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자 기획한 마을 단위 축제이다. 문화예술공연, 플리마켓, 먹거리가 축제의 중심이 되는 소규모 축제이다. 특색있는 주제로 우리 동네 곳곳에서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문화행사의 주인공으로, 플리마켓의 주인장으로, 먹거리장터의 손님이 되어 함께 즐기는 축제를 만들 것이다.

또한 이러한 축제의 경험이 마을공동체의 공동자산으로 남아 나의 마을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나의 이웃을 더욱 사랑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슈마허가 저술한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다. 물질적 풍요라는 경제 성장의 또 다른 이면인 환경 파괴와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성찰해낸 내용이다. 그 의미는 다를 수 있지만, 지방자치의 축제도 사람이 중심이 아닌 외형적 성장을 통한 대규모화와 축제의 성과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기보다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고령화되어가는 지역의 현실 속에 소외된 어르신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주인공으로 참여할 수 있는 축제, 민선8기 우리 중구에서 하고자 하는 중천축제가 지향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