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란 수필가

식물의 즙을 빨아 먹고 사는 진딧물을 몰고 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돕는 목동개미가 있다. 겨울에는 진딧물의 알을 자기들의 집안에서 보호하고, 혹시 적에게 공격당하면 방어해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퍼 주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목동개미가 "진딧물 꽁무니에 바짝 다가서서 더듬이로 진딧물의 배를 톡. 톡 치며 재촉하면, 진딧물은 몸에서 개미가 좋아하는 꿀을 만들어 내기 시작하고 개미는 입으로 액체 방울을 단숨에 ‘꿀꺽’ 삼켜 버린다."

책 속에서 만난 개미 이야기이다. 개미는 지구상 가장 넓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개체 수로 살아간다. 진딧물과의 관계처럼 수많은 생물들과 상호 간에 적절하게 공생하며 살기 때문인지 모른다. 개미는‘자신의 위’뿐만 아니라 ‘사회적 위’를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한다. 먹이를 저장해 두었다 배고픈 동료를 만나면 함께 나누어 먹는다. ‘사회적 위’는 동료들을 위한 보관창고나 구휼 창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 이타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유전자는 자신의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이기적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구상 모든 생물은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는 게 삶의 목적이라 말하며 인간을 비롯한 생물을 생존 기계로 본다.

개미의 위가 2개인 것, 인간이 지식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 기부하고 봉사하는 것, 이 모든 행위를 도킨스는 유전자를 지키기 위한 프로그래밍 된 전략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에 독일 신경생물학자 요아힘 바우어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경쟁력이 아니라 협력, 창의력, 소통이라는 생물학의 기본원칙에 가장 적합한 개체였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삶의 자세는 유전자 활동을 변화시킨다는 그의 생각은 인간의 이타적 행위나 선량함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의미이며, 유전자의 이기성이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도 ‘사회적 위’하나씩 달면 어떨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만이 우리의 좋은 유전자를 지키고 보존하는 일이다. 녹녹하지 않은 삶이다. 지금 우리는 나를 넘어 타자와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공생의 포자를 늘려 가야한다.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는 우리의 삶에 인간 본성의 휴머니즘이 발휘해야 한다. 우리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던 이기적 유전자가 있다면 이타적 유전자를 덧입혀 서로의 일부로 살아가야 그것이 진정 행복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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