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묵 세종본부 부장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드라마는 픽션(fiction)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교묘하게 사회적 단편을 풍자한다. 사회적 반향도 일으킨다.

케이블 채널 ‘일타 스캔들’이 화제다. 반찬가게 여사장과 수학 일타강사(1등 스타강사)의 달콤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필자도 드라마를 지켜봤다.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보는 내내 달콤쌉싸름보다는 씁쓸함이 강했다.

드라마 배경이 ‘사교육 전쟁터’로 설정 된 탓일까. 드라마는 학부모들이 일타강사의 수강권을 끊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버선발로 뛰어나서는 모습을 그린다. 학생들에게 일타강사는 대학 진학의 열쇠를 쥔 절대적 존재다.

드라마 속 공교육 교사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일타 스캔들 2화에선 전교 1등의 한 여학생이 담임(수학 교사)의 수업 시간에 학원 교재를 푸는 장면이 연출됐다.

교무실로 불려온 여학생은 담임에게 꾸찌람을 듣는다.

담임이 말한다. "넌 선생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냐, 수학 시간에 학원 교재나 풀고 말이야."

학생이 답한다. "다 아는 거라서요 중딩 때 다 풀어본 거에요."

학생이 교무실을 떠나자 교사들은 푸념을 털어놓는다.

동료 교사가 말한다. "우리도 경각심이 좀 필요하긴 해. 학원 강사들만큼 연구 안 하잖아요. 솔직히."

담임이 받아친다. "게을러서 안 합니까. 할 시간을 안 주잖아요. 우리한테 뭐 각종 공문에 수업 지도안에 비품 보고서까지. 반성 보다는 개선이 먼저입니다."

담임은 과도한 행정업무 탓에 ‘일타’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렇다. 공교육 교사들은 늘 과도한 행정업무를 논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교사 건강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퇴직 및 휴직을 고민한 가장 큰 이유는 ‘교육활동 이외의 과도한 행정업무(62.8%)’가 차지했다.

일선 학교 현장은 오늘도 교육청에서 날아온 공문을 놓고 ‘교무실 vs 행정실’ 핑퐁게임 중이다.

다만 수업 지도안 등 교육활동과 연관된 행정업무는 교사 본연의 업무다. 그렇다면 교사들이 기타 행정업무에서 해방이 된다면 ‘일타’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사실 고교시절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진학하는 학생들은 상위권에 분포됐다. 분명 ‘똑똑한 친구들’이다. 일타의 자격은 갖췄다.

필자는 ‘교사 행정업무 제외 시범고교(?)’를 제안하고 싶다. 해당 학교는 행정실의 인원을 늘려 모든 행정업무를 이관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교사들이 수업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다. 물론 결과물은 ‘일타’의 실력만큼 우수한 대학 진학률이 뒷받침 돼야 한다.

물론 혹자는 외칠 것이다. ‘입시가 전부냐, 학교가 학원이냐, 인성교육은 시키지 않냐, 학부모 민원은 생각해봤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행정업무에서 해방되는 학교의 성적표를 한 번 바라보고 싶다. 학생들이 사교육 전쟁터에 내몰리지 않고 ‘일타 교사’ 지도 아래 본인의 꿈을 실현한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다만 행정업무의 무게를 벗어 던지고 난 후에도 일타가 완성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드라마 일타스캔들은 픽션으로 마무리하자. 논픽션 ‘일타강사 VS 일타교사’의 진검승부를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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