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낮은 추억을 꺼내고 밤은 상처를 후빈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좋은 기억만 떠오른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치 그 시절은 웃음만 가득했다고 스스로 미화라도 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아니 어느 그저 그런 밤에 ‘깨닫게’ 된다. 빌어먹을 ‘악몽’을 통해서다. 악몽 속 나는 어김없이 그 날로 돌아간다. 친구들과 다퉈 마음이 많이 다쳤던 날이다. 난 책상에 엎드려 있다. 대신 상처는 고개를 든다. 꿈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마음은 그날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렇게 괴로워하다 꿈에서 깬다. 등에는 식은땀이 흐른다. 잊었지만 잊지 못했다.

☞어리기에 더 크게 아프다. 그리고 커서도 잘 낫지 않는다. 그러기에 ‘학교 폭력’이 무섭다. 난 겨우 친구들과 다퉜던 그날을 괴로워하지만 학교 폭력은 차원이 다르다. 청소년기는 신체적·정신적 발달이 이뤄지는 시기다. 그 성장 과정에서 받은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 폭력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심한 폭행을 당한 경우 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남기도 한다. 일상생활조차 힘든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청소년기에 폭력을 당하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결되는 것이 없기에 더 괴롭다. 피해자는 용기를 내서 학교에 알리지만 납득하지 못할 결과를 받기도 한다. 보통 가해자는 형사처분과 행정처분인 학교폭력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형사처분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학교폭력 처분은 서면사과·봉사·출석정지(정학), 전학조치, 퇴학 등을 받게 된다. 하지만 보통 무거운 처분을 받는 경우도 많지 않다. 또 설령 가해자가 학교를 떠나더라도 그 친구들에게 2차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되레 피해자들이 학교를 떠나는 어이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는 통쾌한 측면이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 ‘동은’은 학교 폭력 피해자다. 가해자들을 고발하지만 학교는 숨기기 급급하다. 선생님도 가해자 편이다. 가해자들은 사회의 권력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레 당당하다. 결국 주인공은 17년에 걸쳐 복수를 준비한다. 오직 복수를 위해 살아간 셈이다. 돈을 모으고 정보를 수집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다. 물론 이런 복수가 무조건적으로 옳다고는 볼 수 없다. 남을 짓밟고 올라간 가해자나 결국 복수를 위해 인생을 바친 피해자나 글로리(영광)는 없다. 가해자의 우월감은 언제든 두려움으로 뒤바뀔 수 있다. 인생에서 어떤 식으로든 죗값은 치르게 돼있다. 피해자 또한 복수에 성공한다고 한들 상처는 낫지 않는다. 그 세월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결국 모두에게 상처뿐인 영광 아닐까.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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