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재정분권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 규모 즉, 재정규모를 늘리는 것을 재정분권의 강화라고 강하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규모는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회계연도 예산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방교육재정 포함)은 국가 전체 대비 약 4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재정사용액 기준으로 보면 약 59%로 국가보다 더 많은 지출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재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차지하는 비중만을 본다면 우리나라의 재정분권은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가 전체 대비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보여 주듯이 우리나라의 재정분권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재정분권의 꾸준한 추진으로 수입 측면에서의 지방자치단체의 살림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세 대 지방세 비율 구조의 개선 추진으로 8:2의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7:3을 지나 6:4를 향해 느리지만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측면에서의 재정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질적 측면, 즉 재정 구조적 측면에서 볼 때 지방재정의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 등을 통해 지방재정의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전체 수입에서 자체수입의 비율을 의미하는 재정자립도가 계속해 하락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 구조 개선을 통한 지방세 확충 효과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만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 재정규모의 증가는 자체수입 즉, 지방세가 아닌 교부세나 보조금과 같은 의존수입이 이끌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의존수입 비중의 증가는 지출 구조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 전체 재정지출 중 의무성 지출이 증가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출 중 보조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시 약 50.3%, 군 약 46.2%, 자치구 약 68.1%), 의무지출비율 역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시 약 60.9%, 군 약 57.5%, 자치구 약 81.6%). 이에 늘어난 살림 규모를 운영함에 있어 단순한 재정규모의 증가만이 아닌 자신들의 살림살이를 스스로 운영하기 위한 실질적 재정운영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의 재정집행에 있어서의 자율성 보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변화하고 있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구조에 맞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수비 범위의 적정한 배분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내 돈으로 내 일을 하지 않는 현재의 지방재정 구조 상 지방재정의 규모만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재정분권이 진행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의 시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집행 사무 중 국가가 직접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 사무는 국가사무로 다시 환원하고 지방자치단체에는 스스로의 재원을 가지고 스스로 정책을 수립해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형성 단계부터 재원 마련, 집행, 평가 단계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고 정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세출분권이 진정한 재정분권 추진의 방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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