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화 ETRI 광네트워크연구실 선임연구원

유상화 ETRI 선임연구원
유상화 ETRI 선임연구원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AI, 5G 네트워크의 등장으로 데이터센터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트래픽은 무려 3배 이상 증가했고, 2022년에는 20제타바이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체 유무선 인터넷망을 하나의 컴퓨터라고 했을 때, 데이터센터는 중앙처리장치인 CPU로써 데이터가 생산, 가공, 저장된다. 데이터센터가 코어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데이터센터가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다. 그러나 금년 국내 데이터센터 중 하나가 마비됐을 때, 일상생활에 준 타격은 상당했다.

국내 최대의 데이터센터인 평촌메가센터는 면적이 축구장 12개에 달하며 총 50만대 이상의 서버를 수용하고 있다. 수십 대의 서버들은 서버 랙을 구성하고 있으며 랙의 최상단부에는 TOR(Top-of-Rack) 스위치가 배치돼 랙과 하위 서버들을 연결한다. TOR 스위치는 또 다른 TOR 스위치들과 연결돼 있다. 현재 TOR 스위치와 서버는 최대 3m 거리로 전기 케이블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으며 TOR 스위치 간 거리는 최대 2km로 광섬유를 통해 연결돼 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데이터 폭증으로 인해 수용해야 할 전송속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존 전기 케이블로는 연결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케이블을 통한 전송속도는 1초당 50기가비트(50Gb/s), 전송거리는 수 cm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TOR 스위치와 서버 사이 전기 케이블을 모두 걷어내고 광섬유로 대체하는 것이다. TOR 스위치와 서버는 전기적으로 동작하는데 그 사이를 광섬유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기신호를 빛신호로, 빛신호를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여기에 고전적인 광트랜시버를 활용할 수는 없다. 부피와 전력 소모가 크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비싸서 데이터센터에 공격적인 포설이 어렵다. 이를 위한 핵심 구현 기술로써 실리콘 포토닉스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실리콘 칩 상에 빛도로를 새겨서 전광변환 및 광전변환을 가능케 한다. 또한 실리콘 칩 상에 전파하는 여러 파장의 빛을 묶어내거나 풀어낼 수 있어 대용량 데이터 전송을 위한 (역)다중화를 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광학 소자들을 밀리미터 크기의 실리콘 칩에 집적해 저전력화, 대용량화, 소형화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실리콘 포토닉스 칩은 기존의 잘 정립된 실리콘 파운드리를 통해 제작공정 되기 때문에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ETRI 연구진은 금년 말 세계최고 수준의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실리콘 광송신 칩은 가로세로 2.9×7.3mm, 광수신 칩은 2.9×3.4mm의 초소형으로 제작돼 100Gb/s 빛신호를 보내거나 받을 수 있다. 기존 대비 20% 수준으로 크기를 대폭 줄였고 100Gb/s 빛신호를 2km 이상 전송할 수 있다. 이로써 데이터센터의 칩과 칩 사이, TOR 스위치와 서버, TOR 스위치들 사이 어느 곳이든 실리콘 포토닉스 칩과 광섬유 이용해서 초고속 광연결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개발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의 상용화와 궁극적으로 테라비트 광연결을 위한 기술적 진보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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