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묵 세종본부 부장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참, 없는 게 많다.’ 흡사 공백의 도시다. 세종시 신도심인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둥지를 틀면 ‘공백의 불편함’과 마주하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생활편의를 충족시킬 상점가·시설 찾기가 쉽지 않다. 대형마트와 읍·면지역을 제외한 동지역 일대를 둘러보자.

동지역은 상업업무용지 계획상 제2종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옥외철탑이 설치된 골프연습장, 종교집회장, 제조업소, 수리점(차량), 장의사, 총포판매사, 단란주점, 안마시술소, 다중생활시설은 입점이 불가하다. 해당 점포는 그렇다치자. 없어도 무방하며 ‘클린 도시’를 위한 일이니깐. 그렇다면, 생활과 직결된 점포를 둘러보자. 목욕탕이며, 도장가게, 구두수선집, 방앗간, 철물점 등 시골 풍경 속에서 흔히 접할 점포 찾기가 어렵다. 인터넷 검색이 필수다.

해당 점포도 그렇다치자. 집에서 샤워를 하고, 마트에서 해결이 되니 말이다. 물론 필자도 알고 있다. 소비패턴 변화에 맞춰 상점가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것을. 그래도 다시 한 번 둘러보자. 이번엔 한 가족의 주말 나들이를 빗댄다. 세종시에서는 13년만에 돌아온 ‘아바타2’를 웅장하게 관람 할 아이맥스(IMAX) 영화관이 없다. 쇼핑 할 아울렛 매장도 없다. 1박 2일을 누릴 중저가 숙박업소도 없다. 그래서 원정소비에 내몰린다.

세종을 아동친화도시라고 하는데, 소아청소년과의원은 밤이 되면 모두 셔터를 내린다. 자녀가 살이 찢어져도 봉합 할 병원을 찾기가 어렵다. 영유아 봉합은 돈도 안되고, 흉터에 따른 민원 탓이라고 한다. 인근 대전과 청주 병원을 향하는 길에 부모 마음도 함께 찢어진다.

장애인의 삶은 어떨까. 아파트 단지 내 전동 휠체어 충전소가 전무하다. 동사무소까지 힘겨운 이동을 요구한다. 아이러니 한 건, 수 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는 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는 텅텅 비어있다. 일부 단지는 그 흔한 편의점이며, 삼겹살 가게조차 없다. 인근 지역 삼겹살 가게를 향할 택시도 없다. 휴대폰이 먹통인 단지도 있다. 그 세대는 가정용 중계기에 의지한 채 살아간다.

‘정말이지, 없는 게 참 많다.’ 신도심 초창기에는 이해가 됐다. 지금은 행복도시 첫 삽을 뜬지 16주년, 세종시가 출범한지 11주년이 되는 해이다. 행정수도 완성을 염원했지만, 그 사이 도시는 점점 어두워졌다. 무서운건 ‘공백의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익숙함은 입을 다물게 한다. 본인의 아파트 프리미엄을 고수하기 위한 ‘쉬쉬’ 행위로도 이어진다. 그 사이 ‘유령도시’, ‘베드타운’의 꼬리표는 점점 색이 짙어지고 있다.

물론 ‘많은 것’도 있다. 수 백억 원을 들인 판박이식 복합커뮤니티센터이며, 명칭만 달리한 공원들이 넘쳐난다.

세종시는 자화자찬하고 있다. 2022년 우수 성과로 ‘상가 허용용도 완화 고시’를 꼽았다. 고작, 소매점과 미용원, 업무시설에 대한 문호를 열었을 뿐인데 말이다.

세종시는 ‘미래전략’을 논하고 있다. 현실의 ‘공백의 그늘’을 뒤로한 채로. 국회 세종의사당이며,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온다고 공백의 그늘에 과연 서광이 비춰질까.

상권 활성화의 해법은 유동인구 확충이다. 해법은 세종시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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