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보국 청주시 서원구 생활오수팀장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99.4%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으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5% 정도로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다. 최근 전국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되는 등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정수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정수기의 수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으나 위생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다. 실제 대부분의 가정에서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병물을 시서 먹는 물로 이용하고 수돗물은 허드렛물로만 쓰고 있다.

이렇게 많은 정수기가 설치돼 있으나 대부분이 렌털 업체의 청소 서비스에 위생관리를 위임하고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 정수기를 제대로 관리하면 질 좋은 물을 마실 수 있으나 관리가 부실하면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것보다 못하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아파트에 거주 중인 40가구에 대한 가정용 정수기 수질에 대한 위생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가정집의 위생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가정에서 마시는 환경과 동일하게 정수기 물을 멸균병에 채수해 수질검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대상 40가구 중 직수형·자가관리 1가구의 정수기 물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기준 불검출)됐고, 일반세균은 평균 257CFU/ml 수준이었다.

총대장균군이 검출됐던 1가구는 4년간 취수부(코크) 관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아 코크에 검은색 이물질이 묻어나는 등 위생상태가 불량했으나 소독 후에는 총대장균군이 불검출 된 것으로 보아 취수부(코크) 소독으로 위생관리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정수기 관련 일반세균의 기준은 없으나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 식수용 수돗물의 기준을 100CFU/ml로 규정하고, 먹는물 관리법에서는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정수기에만 제한적인 기준(총대장균군·탁도)을 두어 총대장균군은 불검출 되어야 하고 탁도는 0.5NTU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린이집, 역, 터미널, 병원, 영화관, 보육시설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정수기다. 다중이용시설에 정수기를 설치하고자 할 경우 관할 관청에 신고하여야 하고 정수기 설치금지 장소와 관리방법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외 또는 직사광선이 비치는 장소나 화장실과 가까운 장소, 냉·난방기 앞에 설치하면 안 되고 필터는 해당 정수기의 사용방법 설명서에 따라 정기적으로 교환해야 한다. 6개월마다 1회 이상 물과 접촉하는 부분에 대해 청소소독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정수 시 관리카드를 비치하고 총대장균군 및 탁도 항목이 수질 기준에 적합하도록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수질검사 의무가 없어 내가 먹는 물의 수질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다. 정수기 설치·관리자가 필요시 자율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할 수 있을 뿐이다. 정수기의 위생관리 주체는 소비자이므로, 렌털 업체의 청소 서비스 여부와 관계없이 설치자의 주기적인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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