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전공 교수

구강본 교수
구강본 교수

겨울스포츠의 꽃인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의 시즌이 한창이다. 선수들은 뜨거웠던 여름에 흘렸던 땀의 대가를 얻기 위해 겨울의 경기장을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들이 느꼈던 고통의 결과에 우리는 흥분하기도 눈물 짓기도 한다.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선수들에게 열광하는 것은 선수들에 대한 당연한 예의일지도 모른다. 또한 경기장에서 볼 수는 없지만 모든 팀에서는 경쟁력 강화 차원의 선수영입과 연봉협상을 전쟁처럼 수행하는 프런트의 역할도 있다. 이 결과로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며, 그 기대감으로 경기장을 찾게 한다.

프로야구와 축구는 비시즌 기간에 돌입했다. 모든 스포츠팀은 시즌이 끝나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 기간을 ‘스토브리그’라 한다. 또 다른 명칭으로는 오프시즌 딜(off-season deal), 윈터 에퀴지션(winter-acquisition)이 있다. 축구에서는 프리시즌(free Season)으로도 불린다. 여러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팀, 종목과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채우고, 교환하고, 변화를 주면서 제2의 리그를 운영하는 것이다.

‘스토브리그’의 명칭은 시즌이 끝난 후 팬들이 난롯가에 앉아 선수들의 연봉협상이나 트레이드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실제의 경기와 다름없다는 뜻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그만큼 흥미진진하고, 경기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의미에서 제2의 시즌이라고 비유된다. 2022년의 프로야구계가 보여준 스토브리그는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올겨울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많은 팀에서 보여준 감독과 단장의 교체, 외국인 선수의 영입과 재계약, FA 선수들의 대거 이동이 대변해주고 있다. 이처럼 스토브리그에서는 팀의 리빌딩(rebuilding)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구단주의 의지와 관심도 필요하다. 물론 잘못된 판단으로 원망을 듣기도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결과를 지금 당장 알 수 없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2022년 스토브리그의 주요 키워드는 포수의 대이동으로 설명된다. FA시장에 나왔던 포수 4명(양의지, 유강남, 박동원, 박세혁)은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과 계약을 선택했다. 각 팀에서 포수의 포지션은 차지하는 비중도, 중요성도 높아졌다. 리빌딩의 핵심인 포수의 이동에 각 구단은 총액 343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였다. 우리나라의 프로스포츠 시장에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기에 2023년의 결과가 벌써 궁금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스토브리그는 어떤 것일까? 마스크를 쓰는 직업이 대우받는 프로야구와 달리 팬데믹의 위기 속에 있었던 우리 사회의 리빌딩은 마스크를 벗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마스크에서의 자유는 사람과의 소통은 물론 모든 분야가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출발점이라 믿는다. 2023년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2022년에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개인에게도 ‘스토브리그’가 필요하진 않을까? 미래세대에게 리빌딩을 위한 막대한 지출을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우리의 삶에도 매년 스토브리그가 필요하다. 준비된‘삶의 스토브리그’의 성공으로 2023년 국민 모두의 눈과 마음이 즐겁고, 기대감이 가득한 여정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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