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과 풍요의 상징… 관련 지명 많아
별주부전 배경 태안 원청리 ‘별주부 마을’눈길
토끼가 간 떼어놓고 왔다는 ‘묘샘’ 등 명칭 그대로
용왕제 지내며 마을 안녕·주민 건강 기원키도
충청권 토끼 유래 지명 총 33곳… 충남 가장 많아
풍수지리 관련 토끼자리·토끼재·토끼섬 등 있어
충북 토끼실·토산 등 토끼 많이 살아 붙여진 이름
상권 활력 찾길 바라는 마음 담아 조형물 설치키도

충남 태안 별주부마을에 있는 토끼와 거북이 동상. 태안군 제공
충남 태안 별주부마을에 있는 토끼와 거북이 동상. 태안군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새롭게 밝은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다. 예로부터 토끼는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었고,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의미했다. 그래서인지 농경사회를 지난 오늘날에도 토끼에서 지명을 따온 마을이 많고, 충청권도 예외가 아니다. 충남 태안의 별주부마을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판소리계 소설 별주부전의 발원지고, 충북 영동의 토끼실은 마을 뒷산이 토끼를 닮았다 해 명칭이 굳어졌다. 세종 한솔동은 계묘년을 맞아 상권 활성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골목상권에 달토끼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처럼 충청권에서만 토끼와 관련된 지명이 33곳에 달하며, 그만큼 풍요와 행복을 바라는 충청에게는 2023년이 더욱 간절하다. 충청투데이는 계묘년을 맞아 토끼와 얽힌 충청의 각종 마을과 지형을 알아본다. 

◆별주부전의 배경. 태안 ‘별주부마을’

태안 남면 원청리의 별주부마을은 모두에 친숙한 별주부전의 배경지다. 70여 가구, 210여명이 모여 사는 이곳에는 별주부전에 나오는 명칭을 그대로 따온 지명이 많다. 자라가 용왕의 명을 받고 토끼의 생간을 구하기 위해 육지로 처음 올라온 곳이라는 ‘용새골’은 물론, 자라를 따라 수궁으로 들어갔다가 죽을 위기에 처한 토끼가 생존 기지를 발휘해 "간을 떼어 청산녹수 맑은 샘에 씻어 감추어 놓고 왔다"고 한 ‘묘샘’도 별주부마을에 있다. 또 구사일생으로 육지로 올라온 토끼가 "간을 빼놓고 다니는 짐승이 어디 있느냐"고 자라를 놀린 후 사라졌다는 ‘노루미재’, 자라가 토끼를 놓친 죄책감에 죽어 바위가 됐다는 ‘자라바위(덕바위)’까지 소설 속 배경을 그대로 살렸다.

별부주전을 복원한 마을답게 별주부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정월이면 용왕제를 지낸다. 우화 속 용왕에게 다시는 병환이 생기지 않도록 마을 특산물인 해변의 참취나물로 떡을 만드는데, 토끼가 거북을 통해 마을을 용궁에 소개한 것을 감사하는 의미를 지닌다. 용왕제와 함께 달집 태우기 행사도 열어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건강, 소원 성취도 빈다. 별주부마을은 농·어업이 기반 산업인 곳으로, 주산물인 쌀을 ‘용왕님이 드시던 별주부마을 불가사리쌀’이라는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충북 음성 '토끼실'. 음성군 제공
충북 음성 '토끼실'. 음성군 제공

◆‘토끼마을’·‘토끼실’·‘토끼섬’… 충청권 토끼 지명 33곳

별주부마을과 같이 충청권에는 토끼에서 유래한 지명이 33곳에 달한다. 대부분 형태가 토끼를 닮았거나, 실제 토끼가 많이 살아 붙어진 것으로, 충남이 20곳으로 가장 많고 충북 11곳, 대전 2곳이다. 종류별로는 △마을 15곳 △계곡 7곳 △섬 5곳 △산 2곳 △평야 2곳 △고개 1곳 등이다.

토끼 지명이 가장 많은 충남에는 풍수지리와 관련된 토끼마을이 많다. ‘옥토만월형(玉兎望月形)’, 산의 형태가 보름달을 바라보는 토끼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뜻인데 소위 명당을 뜻한다. 즉 살기 좋은 곳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는 선조의 염원이 모여 △공주 장기면 송문리 ‘토끼자리’ △공주 신풍면 쌍대리 ‘토동’ △논산 은진면 방축리 ‘토끼재’ △당진 당진읍 대덕리 ‘도골’ 등의 토끼마을이 탄생했다. 또 충남은 충청권 중 유일하게 바다와 접해 있다는 특성상 ‘토끼섬’이라는 이름의 섬도 적지 않다. 모두 섬의 모양이 토끼를 닮아 명명됐으며, 서산 대산읍 운산리, 태안 남면 거아도리, 태안 안면읍 중장리 등에 자리 잡고 있다.

충북의 토끼마을은 실제 마을에 토끼가 많이 살아 이름이 굳어진 곳이 많다. 음성군 생극면 팔성리 ‘토끼실’, 음성 음성읍 평곡리 ‘토계울’, 충주 가금면 하구암리 ‘묘곡’, 충주 엄정면 용산리 ‘토산’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대전 유성구의 토끼마을 ‘초수골’은 마을 북쪽에 위치한 산이 옥토만월형이고 과거 산 앞에 있던 큰 못에 이름 모를 풀이 있었다는 이유에서 명칭이 붙었다.

충남 태안 남면 거아도리 토끼섬. 해양수산부 제공
충남 태안 남면 거아도리 토끼섬. 해양수산부 제공

◆풍요가 가득한 2023년을 희망하며

토끼를 의미하는 한자 묘(卯)는 음력으로 2월이다. 24절기 상 입춘(봄의 시작)과 우수(봄비가 내리고 싹이 틈)에 해당하는 2월은 겨울을 지나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다. 또 토끼는 시간으로는 묘시(卯時), 오전 5~7시다. 하루 농사를 시작하는 때다. 그만큼 선조는 토끼해를 그 어느 때보다 부지런해 일해 결실을 거두는 해로 여겼고, 이는 토끼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토끼의 1년을 간절하게 맞이하는 것은 오늘날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세종 한솔동행정복지센터는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골목상권에 탈토끼 조형물을 설치했다.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로 침체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골목상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한솔동은 2012년 세종시 출범과 함께 편성된 행정구역으로 출범 당시 상권은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세종이 점차 발전하며 주변 상권이 개발되면서 한솔동은 점점 불빛을 잃었다. 김선호 한솔동장은 "달토끼 조형물이 밤마다 시민이 찾는 특색 있는 명소로 자리매김해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충청년 토끼마을의 2023년 소망을 들었다. 이재화 충북 음성 팔성리 토끼실 이장은 "마을에 고령이 대부분인데 모두 건강하길 바라고, 아직 마을회관이 없는데 올해 건축하는 것이 소원이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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