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영 한서대학교 항공융합학부 교수

요즘 날씨가 추웠다 풀렸다를 반복한다. 걱정은 추운 날씨보다 기상의 변동이 일정하지 않아 왠지 불안하고 국내외의 폭설, 폭우, 태풍, 산불 등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놀랍고 두렵다. 어릴 적, 어른들이 겨울철 삼한사온 현상을 설명하며 내일 날씨를 알려주던 때가 있었는데 옛 이야기가 되었고 최근 지구촌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0년 4월 16일, 아이슬란드 화산에서 분출한 화산재가 유럽 상공을 뒤덮어 유럽행 비행편들이 운항을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필자는 당시 인천공항의 여객터미널 운영을 담당하고 있었고 항공기운항이 중단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출근하여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여러 기관에 확인을 했으나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었고 관련 항공사 조차 무관심한 듯하였다. 이유는 화산재 폭발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운항 중단이 항공사의 귀책이 아닌데 공연히 나설 경우 자칫 승객들에게 오해를 사 예상치 못하는 부담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공항에는 유럽지역 외로 입출국하는 승객들도 많고 언제 운항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우선 체류객의 수와 노약자가 있는지 여부 등 앞으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몰라 그대로 방치할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유럽행 여객 몇 명이 공항에 체류하는지부터 챙겨야 했다. 궁리 끝에 무료 햄버거 세트를 제공한다는 구내 방송을 하여 흩어져 있던 체류객들을 모아 남녀노소 등 현황을 파악했다. 이후 터미널 내 공간을 제공하여 머물도록 하면서 TV, 인터넷을 연결하여 현지 상황과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어가 능통한 전담 직원도 배치했다. 국내 자선기관과 각국 대사관에서도 자국민을 위해 인도적인 지원을 했고 관련 항공사를 비롯해 많은 단체의 따뜻한 온정이 이어졌다. 일주일 후 운항이 재개되자 체류객들은 ‘원더풀 코리아’를 외치며 본국으로 돌아갔다.

필자는 좋은 사회일수록 책임이 불분명한 일을 자기 책임으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구성원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유럽 화산재 사건을 통해 일에 대한 기준을 책임에서 따뜻한 인간 관점으로 바꾸고 그래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더불어 체류객 관리를 전담한 직원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누구나 온정을 가지고 있고 권한을 위임하면 성취를 공유하게 돼 선순환 할 수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줄어든다는 말이 있듯이 책임도 나누면 축소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하게 마련인데 이런 책임 전가가 많아지면 사회는 삭막해지고 끝내 다툼이 생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책임에 대해 논란 중이다. 각각 책임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고 서로 다른 책임을 묻는 형국이다. 다른 셈법으로 문제를 풀어도 정답을 낼 수 있듯이 다소 혼란스럽고 시간도 지체되지만 결국 책임은 가려질 것이고 가려져야만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갈 수 있고 같은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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