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흠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과장

A씨는 주민등록지와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면 A씨는 두 지역 중 어느 지역에 경제적으로 기여를 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A씨는 두 지역 모두의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등록지에는 각종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실제 생활하는 지역에서는 생계를 위한 지출을 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2019년 12월 이후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인구 감소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은 관할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인구감소는 기초지자체만이 아닌 비수도권 모든 도시에 해당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철이 되면 그동안 지역인구가 줄었는지를 주요 이슈로 부각시켜 오고는 했다.

그러면 과거의 정주인구 즉 주민등록을 기준으로 한 인구 늘리기가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출생률 저하에 따른 국가의 인구감소 추세 속에서 과연 특정 지자체의 인구늘리기가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현재의 지역간 인구늘리기 경쟁은 인구감소 추세 속에서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모든 지역의 각종 발전계획에서 향후 목표인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생활인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상 거주자 이외 업무, 관광, 통근 등의 목적으로 체류 중인 사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지만 해당 지역에서 실제 생활하고, 체류하는 사람 즉, 생활인구에 의해 소비가 이뤄져 일자리 창출, 지역민 소득증대라는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대전의 모 백화점은 개점 1년간 2,400만명의 방문고객을 분석한 결과 64%가 외지인이라는 통계를 밝히고 있다. 또한, 인구 60만명의 전주시는 한옥마을에 한해 7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았다. 이러한 사례들은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외지인이 방문하여 소비활동을 함으로써 지역 일자리 창출 등 커다란 지역경제 효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각종 기업 유치와 정주여건 개선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이다. 다만, 생활인구에 대한 시책도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2023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법에서 생활인구가 법정용어로 도입되었다. 이를 계기로 관련 사업들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생활인구를 확대하기 위해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우선, 주민등록 인구 이외 생활인구의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생활인구는 인구감소지역 만이 아닌 모든 지역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인구감소는 특정지역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추세이므로 생활인구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은 모든 지역에 해당한다. 둘째, 타 지역 거주자가 체류와 소비에 관심을 가질 흥미를 일으켜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는 쇼핑, 관광, 교육 등 비도시 지역이 가지지 못한 집적경제가 비교우위를 가진다. 비도시지역은 지역의 특성화된 자원을 활용하여 휴양, 힐링 등 도시인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이러한 비교우위 요인을 적극 활용하여 외지인에 의한 지역내 소비를 촉진시켜야 한다. 셋째, 시대의 트렌드 변화에 따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원격근무가 확대되었고, 기업은 재택근무 이외에 분산 오피스를 활용한 근무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생활인구와 정주인구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도 모색해 볼 수 있다. 넷째, 고향사랑기부제 등을 통해 지역과 출향인의 관계를 심화해야 한다. 23년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는 관심을 가진 지역에 기부를 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기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부자와 지역과의 연계를 심화시켜 지역방문, 지역문제해결 등으로 확대되어져야 한다.

그리스 비극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지혜는 고통속에서 얻는다’라고 하였다. 지역이 인구감소라는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결국은 지역 스스로 문제해결을 위한 답을 찾아야 한다. 생활인구 늘리기가 이러한 지역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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