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클릭아트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이상하게 들뜬다. 내 생일도 아닌데 괜히 기다려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환상’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진짜 산타가 오는 줄 알았다. 산타를 잡으려고 자는 척 기다린 적도 있다. 하지만 항상 만나진 못했다. 내가 잠들어야 그가 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단 걸 이제는 안다. 나의 산타는 내가 잠들기를 기다리다 활동을 시작하셨을 것이다. 산타는 놀랍게도 내가 원하는 선물을 귀신같이 알고 있었다. 굴뚝이 없는 우리 집도 잘만 다녀갔다. 그리고 유치원·학원·교회에서 만난 산타는 다 다른 산타(?)였다. 그땐 산타가 장소별로 나눠 활동하는 줄 알았다.

☞조금 크자 산타가 없다는 것쯤은 알게 됐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설레는 날이었다. 그날이 다가오면 거리는 캐럴로 가득 찼다. 나무들은 트리로 변신했다. 이미 꾸며진 분위기만으로도 그날은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랑을 해야 할 거 같은 그런 날이었다. 오죽했으면 학창 시절 크리스마스 100일 전은 ‘고백데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날 고백해서 성공하면 100일은 크리스마스’라는 낭만이 유행했다.

☞어느덧 나이가 드니 크리스마스는 ‘돈이 깨지는 날’이 됐다. 아이의 선물과 케이크를 사야 한다. 심지어 올해는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 한 로맨틱 커플의 들러리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크리스마스는 일요일이다. 주말과 겹쳐 하루 더 쉴 수 있는 걸 못 쉬게 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휴일 겹치는 크리스마스·석가탄신일엔 대체공휴일을 지정한다고 밝혔다. 왜 그런 혜안을 좀 더 일찍 발휘하지 못했나 안타까울 뿐이다. 불황이라 하지만 비싼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잘만 팔린다고 한다. 10만 원대부터 25만 원까지 하는 케이크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심지어 대부분 지난해보다 가격이 더 올랐다고 한다. 먹고 찍고 ‘(SNS에) 올리는’ 시대의 영향인가 싶다. 부러움을 사기 위해 물건을 산다. 반면 추위와 배고픔 탓에 사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니 먹먹해진다. 누군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덜 추운 내일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아름다운 크리스마스도 양극화는 있다. 낭만도 돈이 있어야 낭만이다. 아니면 그저 낭비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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