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익년의 소비패턴을 새로운 시각으로 예측해 연말연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제서이다. 올해에도 서점가를 점령한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코로나 팬데믹과 엔데믹이 공존하는 와중에 출간돼 안갯속과 같은 내년 소비패턴에 묵직한 키워드를 던졌다. 구청장으로서 ‘2023년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선제적 대응기술’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 19 감염 차단, 복지사각지대 발굴, 재난재해 예방에는 늘 ‘선제적 대응’이라는 난제가 따라붙는다. 복잡다단하고 예측불허의 현실세계에서 현장에 즉시 적용가능하고 실효성을 담보하는 선제적 대응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 제시된 ‘선제적 대응기술’ 내용 가운데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AI 이상행동 탐지 ATM’, 아파트의 자동환기시스템 등은 이미 현장에 적용중이며 CCTV로 사람의 이상행동을 분석해 도난방지·긴급구조에 활용하는 기술, 자동차 자율주행 실험은 현재 활발히 진행중이다.

EU(유럽연합)는 2024년부터 출고되는 신차에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장착을 의무화 했다고 한다. ADAS는 차량내 각종 센서로 운전자의 심박·호흡·스트레스 정도를 실시간 측정해 위기상황에 미리 대처하도록 하는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2023년 시범실시를 목표로 실증에 들어간 ‘K-가드’는 위험요인에 휩싸여 사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K-가드는 침수, 화재, 유해물질, 경사지 유실 등 총 11종의 위험 상황을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사용자가 싱크홀, 맨홀파손, 전기선·유리파편 노출 등 주변의 위험요소를 촬영해 앱에 제보하면 GPS기반으로 장소를 인식해 통행자에게 알림을 제공한다. 민간 제보뿐만 아니라 기상청 등 공공기관의 데이터와 센서 정보를 종합활용한다면 각종 재난재해와 사고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K-가드와 ADAS 등으로 대변되는 ICT는 유성구가 일부 시행중이거나 시급히 전분야에 도입하려는 공공영역의 선제적 대응기술이다.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에 이어 지난 8월 수원 세모녀 사건은 우리나라 복지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비극이었다. 수원 세모녀 사건 이후 위기 가구 발굴 시스템을 강화했으나 지난달 23일 서울 신촌에서 60대와 30대 모녀가 또다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원 세모녀 사건처럼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지자체가 소재파악을 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ICT를 활용한 선제적 발굴 시스템을 좀더 세밀화했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믿는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희생자에게 돌리는 무책임 행정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핸드폰을 보고 걷는 ‘스몸비’가 위험천만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도 마련해줘야 하는 게 오늘날의 행정이다. 유성구는 안전한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몇해전부터 도입가능한 시설과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갖추고 있다. 2018년부터 스마트폰 이용자의 보행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진입부에 바닥조명을 설치했고 1인 가구의 고독감 해소를 위해 ‘1인 가구 커뮤니티 가든’을 운영중이다. 1인가구 밀집지역과 어두운 골목길에 ICT ‘인포젝터’ 설치, 홈CCTV·도어락필름 등을 제공하는 1인가구 안심홈세트 지원, AI(인공지능)돌봄서비스를 통한 독거어르신 응급 수송 시스템, ICT스마트경로당 등도 유성구가 적극 도입한 공공영역의 선제적 대응행정이다.

현대아울렛 화재 참사를 교훈 삼아 민간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취약계층에 소방시설과 방연마스크를 지원하는 한편 민간시설에도 차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등 선제적 대응체계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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