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섭 충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여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국가의 권한은 꾸준히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됐다. 특히 최근에는 재정적 측면에서의 권한 이양 즉, 재정분권의 강화를 위한 정책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정분권의 적극 추진은 국가로부터 이양된 사무의 처리를 위한 비용을 지방재정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더해 국가 총지출액 대비 지방자치단체 재정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이르는 데 비해 국가 총조세 수입 중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수준에 머문다는 사실이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운 재정현실을 더욱 부각시켰다.

이에 정부는 국세 대 지방세 비율 8:2의 개선을 통한 지방자치단체 자체재원의 확충과 지방분권의 강화를 위해 재정분권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정분을 재원으로 하는 지방소비세율을 2022년까지 부가가치세 총액의 21% 수준까지 인상하고 2023년까지 추가로 4.3%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2016년 기준 76%:24% 수준이던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2022년에는 75.2%:24.8%로 개선된 것으로 발표됐다. 수치상으로는 지방세 확충을 통한 재정분권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방재정이 어렵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국세의 지방세 이양으로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지방재정 여건을 나타내는 지표인 재정자립도와 재정자주도는 매년 하락하고 있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지속적인 재정분권의 추진이 지방재정 여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방소비세율의 인상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 효과가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를 하나의 주체로 보면 지방세 확충을 통해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243개의 개별 주체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지방소비세율 인상으로 지방소비세가 증가한 만큼 국세 수입은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국세를 재원으로 하는 지방교부세의 재원이 줄어들게 되어 몇몇 자치단체를 제외하고는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지방세 증가를 지방교부세 감소가 상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지방소비세를 안분체계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고 지역상생발전기금 등의 재원을 활용해 세입 감소를 보전하는 시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는 결국 지방재정의 국가에의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지방소비세가 단순히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의 기계적 조정을 위한 제도라는 비판 역시 제기되고 있는 만큼 현행 지방소비세 방식이 아닌 지방세 다운 지방세를 통한 국세의 지방세 이양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지방재정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국가 사무의 이양과 과다한 보조사업의 추진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근본적으로는 국가 대 지방사무의 배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통해 자율성과 책임성이라는 원칙 하에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수행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할 것이다.

지방자치의 주체는 국가나 중앙행정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주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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