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우리 가족이 매년 진행하는 ‘겨울행사’가 있다. 일명 ‘대게 데이’다. 거창한 건 없다. 그저 하루 영덕에 가서 대게를 먹고 오는 날이다. 다만 ‘대게 데이’는 대게 축제날을 피한다. 대게보다 사람이 많아 여러모로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이번엔 조금 이른 ‘대게 데이’를 행했다. 대전에서 영덕까지는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장거리’다. 그래도 당진영덕고속도로가 뚫려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과거에는 4시간까지도 걸렸던 거리다. 2시간 30분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게를 먹을 생각에 그저 들떴다. 대게의 하얀 속살과 게딱지 밥은 참을 수 없다.

☞‘대게’가 왜 대게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름의 유래를 물으면 대부분 게가 커서 ‘大게’ 아니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대게는 ‘大게’가 아니다. 대게의 다리 마디가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대(竹)게’다. 대게의 다리 모양이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으며 길쭉하고 곧다는 것이다. 하지만 꽃게보다 큰지라 대게는 커서 대게라는 오해가 생겨났다. 영어로는 ‘스노우 크랩(Snow crab)’이다. 속살이 눈처럼 하얗고 제철이 겨울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또 주요 서식지가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사실 이런 유래는 됐고 ‘되게’ 맛있어서 대게가 아닐까.

☞우린 영덕 ‘강구항’을 애용한다. 강구항 야외시장의 가판대에 가서 흥정을 한다. 그러다 게를 가장 많이 주거나 싼 곳을 고른다. 대부분 비슷하지만 돌다 보면 서비스인 홍게를 더 얹어주는 곳을 찾게 된다. 이번에도 최적지를 찾기 위해 시장 세바퀴를 돌았다. 뱅뱅 도는 우리를 알아보신 한 아주머니가 ‘홍게’ 덤을 더 얹어주겠다며 손짓을 한다. 이 정도 서비스는 없을 거라는 말도 함께 얹는다. 뒤이어 손님이 홍게 가격을 묻자 “그거 먹을 거 없어요”라며 손사래를 치신다. 먹을 거 없는(?) 그 홍게를 좋다고 서비스로 받은 우린 뻘쭘해졌다. 그저 아주머니의 ‘장사 노하우’겠거니 말을 삼킨다.

☞계산을 끝내자 아주머니가 ‘양동이 삼촌’을 부른다. 우리의 대게와 홍게는 그 양동이 속으로 들어간다. 아주머니는 그 삼촌을 따라가라는 말을 남기곤 장사에 집중한다. 그 삼촌을 따라 사람을 헤쳐나간다. 곳곳 물웅덩이에 아기 손을 꼭 잡는다. 이윽고 건너편 한 가게 앞에 다다른다. 거기엔 김이 모락모락 찜기들이 한가득이다. 그곳의 찜 전문가가 우리의 인원수와 대게 가격을 묻는다. 그러곤 찜 가격은 대게 가격의 10%라 설명한다. 3번이라는 번호를 알려주곤 2층 식당으로 올라가라 말한다. 2층에 앉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상하다. 자리 곳곳에 물 잔은 있는데 사람이 없다. 테이블마다 몇 명씩은 비어있다. 대게가 나와서야 그 궁금증이 풀린다. 대게와 사람이 같이 들어온다. 일행 한두 명은 대게 찌는 걸 아래서 기다린 '감시조'였던 것이다. 혹여나 자신들의 대게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마치 회 뜨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아이러니하다. 카페에선 비싼 물건을 자리에 그냥 놓고는 화장실에 잘만 다녀온다. 하지만 대게나 회를 사먹을 땐 이렇게 의심이 많아진다. 신뢰의 종족인지 불신의 종족인지 헷갈린다. 남편에게 이 같은 이야길 하니 “찌는 걸 뭘 굳이 지켜봐”라며 쿨한 척 한다. 대게가 나왔는데 남편이 머릿수를 센다. “네 마리 아니고 다섯 마리 아니었어?” 어디에나 ‘불신’은 있다. 김윤주 편집팀장

대게 사진=김윤주 기자
대게 사진=김윤주 기자

김윤주 기자 maybe041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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