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선조때 실화 기반
연려실기술·도읍지 등 기록
충주박씨 후손 공덕비 제막
영동군 지난달 효자길 완공

▲ 충주 박씨 후손들이 지난 10월 오촌 선생 효행과 호랑이 공적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충주 박씨 강릉공 종중 제공

[충청투데이 이진규 기자] 임인년 ‘호랑이해’를 맞아 누구보다 뜻 깊은 한 해를 보낸 이들이 있다.

충북 영동군 매곡면 내동마을에 선조의 지극한 효심과 그 효심에 감복한 호랑이를 기리는 공적비를 세운 충주 박씨 후손들이다. 특히 올해는 호랑이도 감복한 효자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노천 효자길’까지 완공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노천 효자길’은 전래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노천 효자길’의 주인공은 오촌(梧村) 박응훈 선생이다. 오촌 선생은 조선 선조 때 실존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효행은 조선후기 실학자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조선시대 황간현의 역사지인 황계지(黃溪誌), 충청도 최고의 도지인 충청도읍지 등에 기록돼 전해지고 있다.

당시 그의 효행은 조정에까지 알려졌다. 선조가 1601년(선조 34년) 두 개의 정려가 있는 쌍려정, 효자문(향토유적 제45호)을 하사한 대목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충주 박씨 후손들이 올해 10월 세운 공적비에도 오촌 선생의 효행과 호랑이의 공적이 상세하게 담겼다.

공적비에는 오촌 선생이 100리가 넘는 옥천 읍내 등에 부친의 약을 지으러 갈 때 선생의 효행에 감복한 호랑이가 선생을 자신의 등에 태우고 다녔다는 사실을 기록해 놓았다. 또 오촌이 부친의 3년 시묘살이에도 호랑이가 함께 했으며, 호랑이가 죽은 후에는 선생이 호랑이의 유해를 수습해 묻어 주었다고 적고 있다.

오촌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후손들이 호랑이 무덤 인근에 선생을 모셨다는 내용도 담겼다. 공적비에는 호랑이 무덤과 오촌의 무덤이 있는 정확한 위치도 표기해 놓았다. 위치는 영동군 황간면 소계리 산49-5번지이며, 산의 이름을 호점산, 호랑이 무덤을 호총(虎塚)이라 명명하고, 비석을 세우고 매년 음력 10월 11일 후손들이 호랑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오촌의 후손들이 지금껏 400년 넘게 호랑이 제사를 모시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충주 박씨 후손들에게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가 더 뜻 깊은 이유는 영동군이 호랑이도 감복한 효자 오촌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노천 효자길 탐방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14일 충주 박씨 후손들에 따르면 영동군이 지난 11월 매곡면 향토유적 ‘박응훈 효자문’과 주변 충북도 지정 문화재 3곳과 연계한 ‘노천 효자길 탐방로’를 완공했다.

영동군은 총 5억원의 예산을 들여 매곡면 노천리 일원에 탐방로(5.06㎞)를 조성했다. 이곳 탐방로 구간에는 숲길 정비와 목계단, 방향표지판 등을 설치했다. 또 편의시설과 조형물 등도 세웠다. 군은 효자길을 효 테마와 관련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우숙 충주 박씨 강릉공파 종중 회장은 "오촌 선생의 효행을 본받고 효행을 함께한 호랑이를 기리면서 노천 효자길 탐방객을 비롯한 온 국민 모두가 효자, 효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동=이진규 기자 kong290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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