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정조 15년(1791년), 전북 진산군의 선비 윤치중과 이종사촌 권상연이 관아에 체포됐다. 윤치중의 모친상을 유교식 제례가 아니라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렀다는 이유다. 둘은 결국 참형을 당했다. 국내 최초의 천주교 박해사건으로 기록된 진산사건, 이른바 신해박해(辛亥迫害)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220여 년이 흐른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국내 첫 천주교 순교자였던 윤치중과 권상연을 성인(聖人)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선포했다.

지난 12월 9일 서구는 금산군, 천주교 대전교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5월까지 대전 장안과 금산 진산을 잇는 장안~진산성지 숲길을 조성해 ‘한국의 산티에고 순례길’로 만들 계획이다. 조선 후기, 지금의 서구 장안동에 위치한 장태산 일대에는 박해를 피해 신앙공동체가 형성됐다. 이들은 장안~진안 고갯길을 왕래하며 신앙 활동을 이어갔고, 이 길은 자연스럽게 상인과 지역민들이 오가는 연결통로가 되었다.

이번 협약에 남다른 의미를 두는 이유가 있다. 특정 종교를 떠나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의 역사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연결해 스토리가 담긴 관광 명소를 탄생시키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구민들께 약속했던 또 하나의 사업 하나를 구체적인 실행에 옮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행정은 이런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 결정을 내리고, 흩어져 있는 자원을 모아 실행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 적기를 놓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21일 서구는 KT 인재개발원에 4차산업 복합단지 조성을 위해 KT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이 역시 민선 8기 중요한 공약사업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KT 측과 여러 차례 검토를 거쳐 사업의 공감대를 마련한 끝에 이루어낸 결실이다. 물론 업무협약은 사업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넘어야 할 산이 높고,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서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운 만큼 그 자체로도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변화와 혁신, 힘찬 서구’의 기치를 내걸고 민선 8기가 출범한 지 5개월여가 지났다. 서구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듯 서구 발전의 동력이 될 주요 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하면서 값진 열매를 맺기도 했다. 또한, 방위사업청 대전 서구 이전 확정이 확정되었고, 장태산~노루벌 일원 국가정원 조성과 둔산권 재정비의 밑그림을 그렸으며, 관저동에 제3 시립도서관을 유치했다.

2022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계묘년(癸卯年) 새해는 새로운 서구 도약의 원년으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연말의 성과는 새해 서구가 발전하는 모습의 예고편이자 전초전이다. 변화와 혁신을 향한 식지 않는 열정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구정을 펼칠 것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 것은 포기할 줄 모르는 열정과 투혼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서구도 그럴 것이다. 2023년을 기다리는 이유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